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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레전드' 데얀의 부활 신호탄, '기술자' 조광래의 눈은 정확하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20-07-02 19:00


대구fc 데얀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조광래 사장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K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몬테네그로 출신 공격수 데얀(39·대구FC). 그에게 2019년은 악몽 같았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10년 이상 뛰면서 3골(1도움)에 그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시즌 말미에는 출전 엔트리에도 자주 들지 못했고, 타 구장 관중석을 찾기도 했다.

그랬던 데얀이 새로 이적한 대구FC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출전 시간이 늘면서 과거 좋았을 때의 데얀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규리그에서 2골을 넣었고, 선발 출전한 FA컵에서도 팀 득점에 전부 관여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는 1일 FC안양과의 FA컵 3라운드에서 멀티골 주인공 김대원(대구FC) 못지않은 조연 역할을 했다. 첫 선발 출전에서 토종 공격수 김대원과 멋진 호흡을 맞췄다. 베테랑 데얀은 자신이 빛나기 보다 팀을 살리는 데 앞장섰다. 김대원의 골을 도운 건 물론이고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2019년 12월, 대구FC가 데얀과 1년 동안 함께 하기로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한 전문가들이 제법 있었다. '이제 나이도 많고 전성기가 다 지난 외국인 공격수를 뭐하러 데려가는 거냐' '팀내에서 너무 말이 많고 주장도 강하다. 팀내 융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우려의 목소리였다. 국가대표팀 사령탑 출신 조광래 대구FC 사장은 당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데얀은 K리그에서 정점을 찍은 분명한 장점이 있는 선수다. 우리는 그 선수가 잘 하는 걸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데얀의 장점은 공격수로서 '킬러 본능'이었다. 상대 골문 앞 골박스 내에서 골결정력은 역대 최고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K리그에 입성한 첫해 19골을 시작으로 FC서울과 수원 삼성을 거치면서 작년을 빼곤 매년 10골 이상씩 터트렸다. 2012년 서울 시절엔 한해 31골을 몰아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구FC가 데얀에게 요구한 게 골박스 내에서의 득점이었다. 대구FC는 세징야, 에드가, 김대원이라는 훌륭한 공격 트리오를 만들었다. 하지만 데얀은 또 다른 색깔의 공격 옵션이다. 조광래 사장은 수원에서 어려움에 처한 데얀을 데려오면 분명히 팀 득점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고 말한다.

시즌 초반이지만 '기술자' 조광래 사장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정규리그 6경기에 조커로 교체 출전한 데얀은 친정팀 FC서울과 수원 삼성을 상대로 1골씩 득점포를 가동했다. 대구의 6월 4승1무 무패행진 상승세에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 사장은 2일 인터뷰에서 "최근 데얀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아직 우리 팀을 위해 보여줄 게 많은 선수다. 더 잘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구단주 권영진 대구시장을 설득해 대구FC를 지금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최고 수준의 홈구장(대팍)을 성공적으로 열었고, 무엇보다 대구FC 만의 전광석화 같은 '역습 축구'를 만들었다. 기업구단에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시민구단 예산 범위 안에서도 탄탄한 선수 구성이 가능한 건 조 사장의 선수를 보는 시각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정태욱을 영입해 차세대 국가대표 센터백을 만들었고, 수원 삼성에서 존재감이 사려졌던 데얀을 부활시키고 있다.

수원 삼성에서부터 데얀을 지켜봤던 대구 이병근 감독대행은 "데얀이 자기 몫을 해줄 거라는 생각이 늘 있다. 헤딩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클래스가 살아있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장신(1m91) 공격수 에드가(대구)는 잔부상이 잦은 편이다. 따라서 데얀이 뒤를 받치고 있으면 언제라도 에드가를 대신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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