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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6경기 1승 역대급 부진' K리그, 코로나 문제가 아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3-06 06:2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역대 최악의 출발이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K리그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 올 시즌 ACL에서 나서는 K리그의 키워드는 '절치부심'이다. 지난 시즌 단 한 팀도 8강에 오르지 못했다. K리그에 주어진 ACL 티켓도 '3(본선 직행)+1(예선)'에서 '2+2'로 줄었다. K리그가 자랑하는 4룡이 선봉에 섰다. K리그의 큰 손인 '현대가' 전북 현대-울산 현대와 슈퍼매치로 묶인 '전통의 강호' FC서울-수원 삼성이 아시아 정벌을 향해 나섰다.

기대만큼의 투자도 있었다. 전북과 울산은 역대급 투자를 이어갔다. 전현직 국가대표선수를 쓸어담았다. 외국인 선수도 브라질 일색에서 남아공 국가대표(벨트비크),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득점 2위(비욘 존스) 등을 영입했다. 서울과 수원 역시 과거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서울은 아드리아노, 한승규 김진야 한찬희, 수원은 크르피치, 헨리 등을 데려왔다.

많은 관심 속에 시작된 시즌, 하지만 뚜껑을 열고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치른 6경기에서 단 1승에 그쳤다.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북은 1무1패로 아직 승리가 없고, 수원은 말레이시아 조호루 원정에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동남아 원정에서 패하는 등 2연패를 당했다. 울산 역시 FC도쿄와의 첫 경기서 상대 자책골로 가까스로 비겼다. 서울만이 멜버른과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이기며 유일한 승리를 챙겼다. 토너먼트가 아닌, 조별리그에서 거둔 성적표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K리그의 충격적인 부진, 역시 1차 원인은 코로나19 변수다. K리그 4팀은 리그 개막이 연기되며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정까지 자주 바뀌며 기존 플랜이 꼬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다르게 생각하면 온전히 ACL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졌음에도, 이에 대한 이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시즌 중 호주나 동남아 원정은 ACL을 병행하는 팀들이 가장 까다로워 하는 일정이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리그가 중단된 J리그팀들은 순항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다.


결국 경기력이다. 기후, 이동, 심판, 심지어 현격한 투자 차이 등 어떤 변수 속에도 K리그가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했던 것은 경기력이었다. K리그팀들은 어느 리그의, 어떤 팀을 만나도 기본적인 경기력에서는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경기력에서 뒤지고 있다. 심지어 전북과 울산은 아시아에서도 최정상급 전력을 갖고 있음에도, 상대에 밀렸다. 더욱 답답한 것은 서울을 제외한, 전북, 울산, 수원은 무엇을 준비했나 싶을 정도로 무색무취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플랜A는 물론, 상대에 대한 대응 모든 면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전북은 막강 스쿼드에도 어떻게 최상의 전력을 꾸려야 하는지 모르는 모습이었다. 1차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던 쿠니모토가 2차전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바뀐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공격을 풀어나가는 방법 역시 1차전에서 좋지 않았던 장면을 반복했고,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다. 선수들 개인 능력으로 승점 1이라도 딴게 다행이었다. 울산도 전북과 비슷했다. 공격쪽에 좋은 자원이 있음에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축구를 했다. 수원은 1, 2차전 모두 체력 저하로 고전했다. 이제 막 2경기를 치렀는데 말이다.

준비 부족은 결국 감독의 미스다. 선수단 격차가 큰 K리그는 선수 능력으로 커버가 가능하지만, 명장들이 즐비한 ACL 무대는 다르다. 공교롭게도 K리그가 올 시즌 ACL에서 만난 6팀 중 4팀이 높은 수준을 경험한 외국인 감독을 앞세웠다. ACL 결승까지 경험한 최용수 서울 감독만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서울은 플레이오프와 조별리그에서 준비한 경기를 모두 펼쳤다. 아쉬운 대목이 있지만, 어쨌든 결과를 챙겼다. 수싸움에서 밀린 K리그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물론 동남아 등의 수준이 올라오며 선수들의 수준이 비슷해진 탓도 있지만, 벤치 차이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 초반이었다.


이제 6경기를 치렀다. 동계훈련의 여파, 코로나19 변수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의 부진은 그 변수 이상의, 구조적인 결함으로 느껴진다. 이 부분이 지속된다면, 최악의 출발이 역대급 재앙으로 끝날 수도 있다. 물론 그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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