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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남 전경준 감독, "명문으로 복귀, 간절한 마음으로 이뤄낸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12-19 14:08


◇광양 구단 사무실에서 2020시즌에 대한 포부를 설명하는 전남 드래곤즈 전경준 감독. 사진=전남 드래곤즈 제공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부담감 보다는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의 2019년은 '격동의 시기'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시즌의 부진으로 K리그2로 강등된 채 맞이한 시즌. 전남은 구단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사령탑, 파비아누 수아레즈 감독을 선임하며 반등을 노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새로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파비아누 감독은 K리그 시스템에 끝내 적응하지 못했고, 전남은 K리그2에서도 한때 10위까지 밀려나는 등 깊은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전남의 스토리는 비극으로 끝나지만은 않았다. 참고 기다리던 구단은 지난 7월 30일, 결국 파비아누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주인이 사라진 지휘봉을 전경준 수석코치에게 맡겼다. '감독 대행'의 비상 체제가 시작된 것. 전남의 고난은 길어질 듯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움츠러들었던 용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전 감독대행은 선수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자신이 국가대표 코치 등을 역임하며 쌓아온 전략을 그라운드에 풀어내기 시작했다. 반전은 이때부터였다. 전남은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10월 초 무렵에는 승강 플레이오프권을 노릴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비록, 승강 PO 진입의 운명이 걸린 10월 5일 부천과의 홈경기에 패하며 끝내 승격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전남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전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15경기에서 7승 5무 3패의 훌륭한 성과를 냈고, 이를 인정받아 결국 시즌 후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확실한 지휘권을 부여받은 전 감독은 요즘 매우 분주하다. 시즌 후반 15경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 '새로운 전남'을 만들기 위한 물밑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광양 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전 감독은 "올 시즌을 돌아보면 나 뿐만 아니라 선수단과 구단 모두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시즌 후반에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좌절도 했지만, 즐거운 상황도 겪었다"고 말했다.

사령탑이 바뀐 이후 전남은 끈질긴 힘을 되찾으며 시즌 후반 파란을 일으켰다. 구단 안팎에서 "이러다 승강 PO도 갈 수 있겠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실제로 확률상으로 매우 근접하기도 했다. 전 감독은 "두 번 정도 막판에 찬스가 있었다. 그걸 못 살린 게 너무 아쉽다. 특히나 10월 19일 부천과의 홈경기 패배가 너무나 아쉽고 뼈 아팠다"면서 "그래도 그런 경험들을 통해 느낀 바가 있다. 나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잘 준비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겨울부터 잘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 감독은 지금 한창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 재구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접근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걸 올해 후반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목표가 뚜렷하고 마음 속에 간절한 선수들을 모으려 하는 데 생갭다 쉽진 않다. 그래도 나부터라도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구상하는 내년 시즌 달라진 전남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코치로서 볼 때와 감독으로서 볼 때 선수들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진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데이터를 중요하게 여기겠지만, 인간적인 소통도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는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단단한 팀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공격하고, '팀'으로 수비하는 걸 추구한다. 공수의 밸런스가 잘 맞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16일 광양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 창단 25주년 기념 및 시즌 성원 감사 송년의 밤' 행사에서 조청명 사장이 참석자들에게 '팬과 함께 행복한 명문구단'이라는 주제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궁극적으로 전 감독이 바라는 바는 '명문 전남'으로의 회귀다. 그는 "부담감 같은 건 없다. 오히려 지금 구단 및 선수들과 함께 노력하는 것이 즐겁고 설렌다. 나와 팀이 펼치는 축구가 기존 축구 팬과 지역민들에게 기쁨을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명문'이라는 이름을 다시 되찾고 싶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내년 시즌 승격이 목표다. 다른 팀들도 여러 변화를 겪고 있지만, 거기에 동요하지 않아야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전 감독의 자신감과 포부는 전남 구단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전남 구단은 지난 16일 오후 전남 광양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전남 드래곤즈 창단 25주년 기념 및 시즌 성원 감사 송년의 밤'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조청명 사장은 '자립'과 '열정', '신뢰'의 3대 핵심 가치를 강조하며 "팬과 함께 행복한 명문 구단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3년 안에 1부 승격과 ACL 진출 등을 일궈내 명문 구단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전 감독의 포부도 이런 구단의 가치 설정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전남의 힘찬 용틀임이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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