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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무승부' 포항, 강원전 트라우마 씻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11-03 16:32



[포항=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포항에게 강원은 아픈 기억이었다.

포항은 지난 6월23일 강원 원정 경기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4-0으로 앞서다 후반 추가시간에만 세 골을 먹으며 4대5로 무릎을 꿇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역전 드라마'라며 해외 토픽에 나올 정도였다. 올 해 처음으로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김기동 감독은 "내가 아무리 기록의 사나이지만 이런 기록까지 갖게 될줄 몰랐다. 한동안 충격이 좀 있었다"고 했다.

포항이 극적인 파이널A행에 성공하며 강원을 다시 만났다. 3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36라운드, 포항-강원전의 화두는 역시 설욕이었다. 이날은 포항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인만큼, 포항의 승리 의지는 남달랐다. 경기 전 만난 김기동 감독은 "내년을 위해서라도 꼭 좋은 경기를 하며 승리하고 싶다"고 했다. 김기동 감독의 승부수는 과감한 선수기용이었다. 일류첸코, 정재용 대신 허용준 이수빈을 넣었다. 특히 오른쪽 풀백에 신예 박재우를 투입한 것이 눈에 띄었다. 김기동 감독은 "1년 내내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팀이 건강해지고, 경쟁력이 생긴다"고 했다.

강원 역시 변화로 맞섰다. 김병수 강원 감독은 올 시즌 한차례도 쓰지 않은 4-4-2 카드를 꺼냈다. 기존의 4-3-3이 아닌 밸런스와 압박을 강조한 정통 4-4-2였다. 김병수 감독은 "머릿속에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있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계속해서 실험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안했던 실험을 하는만큼 스스로 무너지느냐가 이날 경기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전반 초반 여기저기서 몸싸움이 이어지며 선수들끼리 충돌하는 장면이 속출했다. 조금씩 기회를 만들어가던 홈팀 포항은 11분 결정전 찬스를 놓쳤다. 완델손이 돌파하며 때린 왼발슛은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위기를 넘긴 강원이 선제골을 넣었다. 강현무 골키퍼의 실수를 틈타 이현식이 전반 41분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초반 포항이 다시 한번 강원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후반 10분 또 다시 불운에 울었다. 송민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튕겼다. 강원이 15분 빌비야가 김현욱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넣으며 다시 한걸음 달아났다.

강원전 아픔이 다시 생각나는 순간, 포항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후반 23분 교체투입된 일류첸코가 완델손의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넣으며 추격골을 넣었다. 이후 포항의 총공세가 이어졌다. 골운이 따르지 않으며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후반 추가시간 드라마가 쓰였다. 심동운의 슈팅이 강원 골망을 흔들었다. 전역 후 첫 골, 심동운이 유니폼을 벗으며 세리머니를 펼쳤지만 주심이 노골을 선언했다. 이 전 과정에서 완델손이 올려준 크로스가 라인을 넘었다는 판정이었다. 하지만 VAR 결과, 판정이 뒤집히며 결국 골로 인정됐다. 0-2에서 2대2 무승부를 만든 포항은 강원전 트라우마를 씻는데 성공했다. 김기동 감독은 "내년 시즌 팬들이 기대할만한 경기를 펼쳤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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