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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이번 '깜깜이' 평양 남북 축구 A매치가 남긴 상처와 파장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주장 손흥민을 비록한 우리 태극전사들은 북한 선수들의 격한 몸싸움과 욕설에 '이게 축구인지' 의심이 들정도였다고 한다. 국내 축구팬들은 태극전사들을 푸대접한 북한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야권 정치인들은 '무중계'에다 남측 취재진과 응원단이 방북하지 못한 걸 두고 현 정부의 무능력에 맹공을 퍼부었다. 29년만의 평양 남북 A매치를 취재하지 못한 남측 미디어는 북한 정부의 비상식적인 일처리에 분노했다. 계약금을 지불하고도 경기를 중계하지 못한 지상파 방송 3사는 두말할 것도 없다. 큰 기대를 갖고 평양을 찾은 세계 축구의 수장 잔디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텅빈 김일성경기장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이번에 북한을 처음 방문하고 돌아온 대부분의 태극전사들은 2박3일 동안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그들은 북한의 통제된 사회의 한 단면을 보고 왔다. 공항(평양 순안공항)-호텔(고려호텔)-경기장이 전부였다. 북측 선수들의 거친 '안티 풋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우리 선수들의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0대0으로 비겼다. "안 다치고 돌아온 게 다행이다"는 위로의 목소리가 많았다. 일부에선 북측 선수들이 내년 우리나라 홈에서 대결할 때 똑같이 돌려주어야 한다는 날선 목소리도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한 대화 재개와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에 기여했다고 자랑했다. 그 얘기는 현재로선 절반은 맞고 나머지 절반은 틀렸다. 북한은 남측과 미국의 협상 테이블로 나왔지만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남측을 비난하며 제법 거리를 두고 있다.
스포츠는 평화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경기장 내에서 공정한 규칙에 따라 전쟁 처럼 치열하게 싸운 후 그 결과를 서로 인정했을 때 우정과 화합의 무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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