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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조금씩 밀집수비 해법을 찾고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10-11 11:37


한국과 스리랑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경기가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손흥민이 교체아웃되며 경고를 받자 벤투 감독이 항의하고 있다. 화성=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0.1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알려진대로 파울루 벤투 감독은 상당히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플랜A를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전술, 포메이션, 선발라인업까지, 한번 정하면 뚝심있게 밀어붙인다. 그 과정에서 어떤 외부의 잡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에 와서 달라진게 아니다. 처음부터 그랬다. 포르투갈 대표팀 시절에도 때로는 뚝심있지만, 때로는 보수적인 용병술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런 벤투 감독이 달라졌다. 정확하게는 아시아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 시작은 역시 1월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이었다. 지난해 8월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부임 후 후방 빌드업을 중심으로 한 4-2-3-1 카드를 내세웠다. 성공적이었다. 우루과이, 칠레, 코스타리카 등 남미와 북중미의 강호를 만나 한차례도 지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는 4대0 완승을 거뒀다.

당연히 59년만의 우승 도전에 나선 아시안컵의 전략은 4-2-3-1의 극대화였다. 플랜B보다는 기존의 플랜A를 완성하는데 더욱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상대의 밀집수비에 대단히 고전했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가까스로 이기는가 하면,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는 연장전까지 치렀다. 결국 발목을 잡혔다. 8강전에서 카타르에 0대1로 패하며 우승은 커녕 4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아시안컵 이후 충전기를 보낸 벤투 감독은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4-1-3-2 였다. '지배하는 축구'라는 큰 틀을 유지하며 전형만 손을 봤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줄이고 공격 숫자를 늘렸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최전방으로 올리며 공격을 강화했다. 결과는 좋았다. 볼리비아, 콜롬비아를 연파했다. 하지만 밀집수비에 나선 호주를 상대로 신승하는 등 4-1-3-2 역시 완전한 답은 아니었다.

벤투 감독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 돌입하며 밀집수비 해법에 더욱 골몰하는 모습이다. 그간 활용하지 않았던 높이라는 카드까지 꺼냈다. 한번도 선발하지 않은 김신욱(상하이 선화)을 뽑았다.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는 비대칭 스리백까지 실험했다. 조지아전 전술 의도는 명확했다.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윙백 자리에 두며 공격 숫자를 최대한 늘렸다. 움직임이 좋은 이정협(부산)을 손흥민 짝으로 두고, 결정력이 좋은 권창훈(프라이부르크)과 창의력을 갖춘 이강인(발렌시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뒀다. 스리백 앞에 기술과 패스가 좋은 백승호(다름슈타트)를 기용했다. 상대를 가둬놓고 그 안에서 풀어나가는 부분을 집중 테스트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물론 조지아의 역습이 생갭다 빠르고, 날카롭게 전개되며 원하는 실험을 하지 못했지만, 벤투 감독이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국과 스리랑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경기가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이 8대0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선수들의 모습. 화성=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0.10/
투르크메니스탄과의 1차전에서 벤투 감독은 다양한 전술 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았다. 4-1-4-1가 잘 통하며 초반 경기를 주도했지만, 이후 4-1-3-2로 전술을 바꾼 뒤에는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2대0 승리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부정적인 반응을 맞이했다. 벤투 감독 역시 "포메이션 변경에 따른 내 실수"라고 인정했다. 벤투 감독은 스리랑카, 북한과의 2, 3차전을 앞두고 지난 투르크메니스탄전과 거의 같은 명단을 꾸렸다. 다만 밀집수비 타파를 위한 특징적인 카드는 여전히 고수했다. 벤투식 축구의 기로에 섰던 김신욱과 이강인이 재발탁됐다. 볼소유를 통한 지배하는 축구, 능동적인 축구라는 자신만의 철학을 유지한 채 상대 밀집수비를 깨는 방법을 찾았다.

스리랑카전을 통해 어느정도 해법을 찾는 모습이다. 일단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재미를 본 4-1-4-1 카드를 다시 꺼냈다. 공격 전개 형태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측면을 중심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좌우 윙백이 쉴새 없이 공격에 가담하며, 좌우 윙포워드들이 근접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의 역할이 빛났다. 이강인은 왼쪽을 기반으로 공간이 생기면 지체없이 볼을 보냈다. 밀집수비를 깨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스루패스인데, 이강인은 이를 제대로 보여줬다. 후반 황희찬이 침투할때 보내준 스루패스는 이날의 백미였다. 돌아온 남태희(알 사드)는 과거 같은 역동적인 드리블은 없었지만, 특유의 기술을 바탕으로 볼을 지키며 안정된 연계를 펼쳤다.


미드필드에서 확실하게 보내준 볼은 최전방 자원들이 마무리했다. 이날 김신욱(4골) 손흥민(2골) 황희찬(1골) 등 공격수들은 무려 7골을 합작했다. 4-1-4-1은 4-3-3과 혼용되는 형태였는데, 일단 김신욱을 가운데 두고, 황희찬, 손흥민이 쉴새없이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이날 가장 특징적인 장면 중 하나였는데, 과거와 달리 페널티박스 안에 공격숫자를 늘리데 초점을 맞췄다. 손흥민이 2선까지 내려서며 연계에도 영향력을 미친 것과 달리 황희찬은 엄청난 침투력과 활동량으로 김신욱과 투톱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상대의 밀집에도 불구하고 박스 안에서 경쟁적인 숫자를 유지한 벤투호는 여러차례 슈팅 찬스를 만들었다. 권창훈(프라이부르크)이 손흥민 자리에 들어간 이후에도 활발한 공격력은 계속됐다. 벤투 감독이 스리랑카전에서 얻은 해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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