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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 마라도나부터 2억 유로 네이마르까지, 이적료로 보는 유럽축구 40년 흐름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7-24 05:20


네이마르. EPA연합뉴스

선수 이적과정에서 양 구단이 주고받는 이적료(Transfer fee)는 세계, 정확히는 유럽 축구의 흐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다.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슈퍼스타는 높은 몸값이 책정될 수밖에 없고, 이 선수를 품은 팀은 자연스레 리딩클럽이 된다. 시대별로 이적료 탑10, 탑20과 같은 기록을 살펴보면 어느 시점에 어느 리그 혹은 어느 팀이 주도권을 쥐었는지를 알 수 있다. 물 좋은 클럽에 클러버들이 모이듯, 스타들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면서 돋보일 수 있는 무대를 택하기 마련이다.

유럽 이적시장이 한창인 현재, 2019년 여름을 예로 들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유럽 축구의 중심에 있다. 이적료 상위 10걸 중 8명이 프리메라리가 클럽과 관련 있다. 상위 10명 중 4명이 전-현 FC 바르셀로나 선수이고, 2명이 전-현 레알 마드리드 선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두 건에 관여했다. 씀씀이가 큰 파리 생제르맹과 맨유의 에이스인 네이마르와 폴 포그바 역시 프리메라리가 입성설이 솔솔 흘러나온다.

프리메라리가 빅3 주도하에 이적료 상위 10위권 중 세 자리가 올여름 바뀌었다. 19세 초신성 주앙 펠릭스가 벤피카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역대 4위에 해당하는 1억26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앙투안 그리즈만(27·FC 바르셀로나)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1억1200만 유로)를 제치고 이적료 6위(1억2000만 유로)를 꿰찼다. 1억 유로를 첼시에 남기고 떠난 에당 아자르(28·레알 마드리드)는 10위에 위치했다.

선수 한 명에 1억 유로를 거뜬히 지출할 수 있고, 스타들이 둥지를 틀길 원하는 무대가 현시점에선 프리메라리가다.

1980~90년대: 개척자 마라도나와 세리에A의 축구붐

내친김에 30여년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1980년대에도 바르셀로나가 유럽 이적시장의 큰 손 노릇을 했다. 1982년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에서 디에고 마라도나를, 당시 최고 이적료인 800만 유로를 들여 영입했다. 당시 시장규모와 시세를 고려할 때 어마어마한 액수다. 2017년 여름 2억 유로 시대를 열어젖힌 네이마르와 비교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마라도나를 비롯해 베른트 슈스터, 마크 휴즈, 게리 리네커, 로날드 쾨만 등 다양한 스타 영입으로 화려한 축구를 선보였다.

자국 내 축구붐과 함께 자금력을 장착한 이탈리아 세리에A에도 스타가 모여들었다. AC 밀란은 뤼트 굴리트와 로베르토 도나도니, 유벤투스는 이언 러시, 로마는 뤼디 ?러, 인터 밀란은 칼-하인츠 루메니게 등을 큰돈을 들여 영입했다. 이러한 추세는 1990년대 초중반까지 지속했다. 1992년 여름 유벤투스가 최고 이적료인 1650만 유로를 쏟아부어 지안루카 비알리를 품었다. 같은 해 인터 밀란이 다르코 판체프와 이고르 샤리모프, AC 밀란이 장-피에르 파팽을 영입할 때 1200만 유로 이상을 각각 지출했다. 1985년부터 1996년까지 11시즌 중 세리에A가 가장 많은 5번의 유러피언컵(유럽챔피언스리그 전신) 우승을 한 건 우연이 아니다.


1990년대 말기 세리에A를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났다. 크리스티안 비에리(당시 라치오)가 2900만 유로, 호나우두(당시 인터밀란)가 2800만 유로,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이 3000만 유로(라치오)를 각각 기록하며 둥지를 옮겼다. 하지만 20세기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한 건 스페인 레알 베티스였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드리블러 데니우송에게 3150만 유로를 투자했다. 투자 효과는 거의 보지 못했다.

2000년대: 갈락티코 그리고 갈락티코

데니우송은 서막에 불과했다. 잠잠하던 레알 마드리드가 기지개를 켰다. 최대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의 '주장' 루이스 피구를 상상을 초월한 금액인 6000만 유로에 영입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했다. 몇 달 내내 경기장에 돼지머리가 날아들고, 화형식이 일어날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이적이다. 하지만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은 1년 뒤 더 큰 액수인 7700만 유로에 지네딘 지단을 영입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를 사 모으는 일명 '갈락티코 정책'을 토대로 레알은 2002년 다시 한 번 유럽 정상에 올랐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진 '대공황'이라고 불릴 만한 시기였다. 세계 경제 위기와 맞물려 '빅클럽'들도 지갑을 쉽게 열지 않았다. 과감하게 영입한 선수들도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4700만 유로를 기록하며 2006년 밀란에서 첼시로 이적한 안드리 셉첸코, 4600만 유로 사나이 호비뉴(당시 맨시티) 등이다. 이 시기에 유럽 챔피언스리그에도 뚜렷한 강호가 나오지 않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2002~2003시즌부터 이탈리아(밀란)~포르투갈(포르투)~잉글랜드(리버풀)~스페인(바르셀로나)~이탈리아(밀란)~잉글랜드(맨유) 등 트로피가 이 리그 저 리그로 옮겨다녔다.

2009년 페레스가 레알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레알의 '갈락티코' 시즌 2가 시작됐다. 2009년 각각 9400만 유로와 6700만 유로를 지출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카를 동시에 데려왔다. 2002년 이후 유럽 정상에 오르지 못하던 레알은 호날두와 2013년 1억 유로에 영입한 가레스 베일을 앞세워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시즌 중 4번의 '빅이어'를 획득했다. 2013년 1억300만 유로를 들여 네이마르를 영입한 바르셀로나는 2015년, 4년만의 유럽 제패에 성공했다. 2018~2019시즌 리버풀이 우승하기 전까지 5시즌 연속 유럽챔피언스리그는 라리가 세상이었다.

2017년대: 2억 유로 시대가 열렸다

라리가의 아성에 도전한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가 아닌 비주류 프랑스 리그앙에서 나왔다. 카타르 부호에 인수된 파리 생제르맹이 2017년 역사상 최초로 이적료 2억 유로 시대를 열었다. 바르셀로나에 2억2200만 유로를 건네고 네이마르를 맞이했다. 종전 최고 기록인 폴 포그바(맨유)의 1억500만 유로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신성 킬리안 음바페도 AS모나코에서 1억3500만 유로에 완전영입했다. 파리 생제르맹은 두 선수 영입에만 3억5000만유로 가까이 지출했다. 둘은 여전히 이적료 신기록 1, 3위에 랭크했다.(*이적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 자료)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 이적료를 우스만 뎀벨레, 필리페 쿠티뉴 등에 투자했다. 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맹을 중심으로 돈이 돌고 돌았다.

네이마르 효과는 다른 리그, 다른 클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름 난 스타 선수의 영입 마지노선이 어느 샌가 1억 유로로 책정됐다. 에당 아자르(레알 마드리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19세 선수에게 1억2000만 유로가 매겨지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했다. 바르셀로나 복귀를 바라는 네이마르와 레알 이적을 원하는 포그바의 이적이 성사된다면 탑10이 다시 쓰일 것이 확실하다. 스타 선수들의 빅클럽 쏠림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점점 더 심해지는 추세다. '원클럽맨'이 줄어 들고 자본 논리에 따른 이적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레스터 시티의 깜짝 우승과 같은 이변이 나올 확률은 점차 줄어든다. 지난 두 시즌 유럽 4대리그에서 연패 우승이 동시에 일어났다.

◇세계 이적료 TOP 10 (2019년 7월23일 현재, 트랜스퍼마르크트 자료)

1. 네이마르 (파리 생제르맹) 2억2200만 유로(약 2929억원)

2. 필리페 쿠티뉴 (바르셀로나) 1억4500만 유로(약 1913억원)

3. 킬리안 음바페 (파리 생제르맹) 1억3500만 유로(약 1781억원)

4. 주앙 펠릭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1억2600만 유로(약 1663억원)

5. 우스만 뎀벨레 (바르셀로나) 1억2500만 유로(약 1649억원)

6. 앙투안 그리즈만 (바르셀로나) 1억2000만 유로(약 1583억원)

7.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유벤투스) 1억1700만 유로(약 1544억원)

8. 폴 포그바 (맨유) 1억500만 유로(약 1385억원)

9. 가레스 베일 (레알 마드리드) 1억100만 유로(약 1333억원)

10. 에당 아자르 (레알 마드리드) 1억 유로(약 1319억원)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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