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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의 '빛'이 국가대표 '빛'이 되려면…이광연을 향한 대선배의 고언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7-24 05:30


이광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4)광연이라고 놀리긴 했다."

강원 FC 김병수 감독(48)의 말이다. 21일 울산 현대 원정을 앞두고 이광연의 K리그1 데뷔전이었던 포항 스틸러스 4실점 경기를 언급했다. 나쁜 의도는 아니다. 자극제가 되라는 의미에서 '사광연'이라는 농담을 건넸다. 근 한 달만의 선발 출전에서 이광연은 성에 맞게 두(2) 골을 내줬다. 데뷔전과 비교할 때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

강원은 포항전에서 5대4로 승리하고, 이날 1대2로 역전패했다. 이광연의 프로 성적은 지금까지 1승 1패. 하지만 2경기 실점 기록은 6골이다. 실점이 한 명의 탓은 아니나,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의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결승 진출을 이끈 '스마일맨'은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초짜 골키퍼'의 모습을 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당시 대표팀 골키퍼 코치, 김현태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58)은 "프로라는 게 쉽지 않다. 포항전에서 다행히 5대4로 승리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1대4로 패했다면 데미지가 심각했을 것"이라면서 "그날 내가 본 바로는 선방 장면이 거의 없었고, 공을 잡았다 놓치는 실수를 했다. 공중볼 처리에도 약한 듯했다. U-20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어린 골키퍼가 단번에 잘할 수도 있지만, 골키퍼는 다른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수비수들을 불안하게 하면 안 된다. 잡았다 놓치는 실수 없이 캐칭도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 골키퍼가 못하면 팀이 진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이광연의 경우 권순태처럼 빠른 반응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무기다. U-20 대표팀 경험으로 동년배보단 출발이 앞선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U-20 대회는 진작에 끝났다. 프로는 프로"라고 고언을 곁들였다.

김 위원장은 현 국가대표 골키퍼인 조현우(28·대구 FC)가 이광연의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인천 유나이티드 코치로 있을 때 한 대학 경기를 보러 갔다. 선문대와 모 대학의 경기였다. 선문대가 6대0 정도로 승리했던 것 같다. 그때 선문대 골키퍼였던 조현우를 처음 봤다. 공을 빠르게 건네주고, 자세를 잃지 않더라. 크게 앞선 상황이라면 공도 느긋하게 건넬 수 있고, 으스댈 수 있다. 하지만 조현우는 그러질 않았다. 연맹 교육 현장에서도 수업을 진지하게 듣는 선수가 바로 조현우였다. 기본자세가 된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013년 대구에 입단한 조현우는 입단 1년 만에 K리그2 강등을 경험했다. 2017년 승격과 함께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하더니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폭발적인 선방 능력으로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프로 데뷔 후 '빛'을 볼 때까지 5년 가까이 기다렸다. 김 위원장은 "(이)운재나, (정)성룡이처럼 조현우도 안정감이 있는 골키퍼다. 러시아 월드컵 전에 누가 물어보길래, 조현우를 선발로 기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줬다. 벤치에서 볼 때 불안하지 않고 안정감이 있는 골키퍼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빛'광연이 '빛'현우의 길을 이어가길 바랐다. "조현우는 오래 버틴 끝에 빛을 보고 있다. 본인이 인터뷰를 통해 실력을 어필하는 게 아니라 '이광연은 좋은 선수'라는 얘기가 입을 통해 전해져야 한다. 이제 '대표선수'도 아니다. '일반선수'란 생각으로 착실히 실력을 쌓길 바란다"고 했다. "요새 K리그 현장을 다니다보면 K리그2 무대에도 좋은 골키퍼가 많다는 걸 느낀다. 이광연도 분명 좋은 골키퍼가 될 자질을 갖췄다. 실전에서 습관처럼 캐칭과 선방을 할 있게끔 평상시 많은 훈련을 하고, 항시 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늘 응원한다"며 어린 후배의 성장을 바라는 진심을 전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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