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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현장리뷰]'마술사' 아니라던 '유비', 가능성 보였다. 유상철 감독 '졌잘싸' 데뷔전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05-19 16:31


인천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이 1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가 마술사도 아니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유상철 감독은 매우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신을 담아 말했다. 꼴찌로 추락한 팀의 지휘봉을 급하게 이어받은 유 감독에게 사실 많은 인천 팬들은 획기적인 변화, 나아가 '기적'을 바랄 수도 있다. 이런 기대에 쉬운 약속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 감독은 첫 마디로 "내가 마술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좀 더 냉철하고 현실적인 각오를 밝혔다.

유 감독은 19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2라운드 대구FC와의 원정경기에서 '인천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이 경기를 앞두고 만난 유 감독은 차분하면서도 약간은 긴장된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비록 우리가 꼴찌지만, 중위권까지 경기력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늘로 인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됐으면 한다"면서 "전체적으로 세밀하고 조직적인 축구를 해야 할 것 같다. 서로 약속된 플레이를 잘 펼쳐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어도, 앞으로 잘 만들어가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 명단을 쭉 보면 결코 멤버가 나쁘지 않다"며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피력했다. 상식적인 이야기 속에 진심을 담은 각오가 느껴졌다. 이런 분위기는 인천 선수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느껴졌다.

인천은 무고사를 원톱으로 삼은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골키퍼 정 산 앞으로 김진야-양준아-김정호-정동윤이 포백을 만들었고, 그 앞에 박세직과 임은수가 수비형 미드필더, 이준석 문창진 남준재가 2선을 형성했다. 이에 맞서는 대구는 3-4-3이었는데, 조현우(골키퍼)와 박병현-홍정운-정태욱(수비) 황순민-정선호-정승원-김우석(미드필더) 김대원 세징야 정치인(포워드)가 먼저 나왔다.


인천 유나이티드 문창진이 1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의 경기에서 1-1을 만드는 동점골을 넣은 뒤 동료들의 축하 포옹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는 정선호와 정치인 등 새 얼굴을 투입했는데, 안드레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동시에 이런 선수들의 깜짝 활약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안드레 감독은 '유상철의 인천'을 경계했다. "감독 교체보다 더 큰 동기부여 이슈는 없다. 우리가 오늘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확실히 인천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수비에서 안정성이 떨어졌다. 결국 전반 8분만에 대구가 선취골을 뽑았다. 김대원이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 후 크로스를 올렸고, 이날 선발 출전한 정치인이 중앙에서 잡아 뒤쪽 세징야에게 흘려줬다. 세징야의 정확한 슛이 인천 골망을 갈랐다. K리그 '30-30클럽'에 가입한 순간.

인천은 남준재와 문창진 등이 적극적으로 중앙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전반은 대구보다 움직임이 둔했다. 결국 만회골을 뽑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들어 인천 움직임이 빨라졌다. 결국 후반 12분만에 기다렸던 만회골이 터졌다. 공격 진영으로 올라온 김진야가 낮게 올린 공을 문창진이 멋진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후 인천이 더욱 공격의 기어를 올렸다. 대구도 맞불을 놨다. 모처럼 흥미로운 난타전이 전개됐다. 그러다 대구가 결승골을 뽑았다. 후반 6분경 투입된 에드가가 30분경 황순민의 슛을 발을 뻗어 방향을 바꿔 결승골을 뽑았다.


대구FC 외국인 선수 에드가가 1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후반 결승골을 넣은 뒤 어시스트를 한 황순민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리드를 내준 인천은 더 화끈하게 나왔다. 이런 면은 확실히 유 감독 부임 이전에는 찾기 어려웠던 면모다. 후반 35분경이 압권이었다. 대구 골지역에서 인천의 유효슛 난사가 펼쳐졌다. 힘과 방향이 모두 정확한 슛이 네 번이나 연속으로 나왔는데, 대구 수비진의 육탄 방어와 조현우의 선방에 모두 막히는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결국 대구가 2대1로 승점 3점을 챙겼다.

인천 감독 데뷔전에서 쓴 패배를 당했지만, 유 감독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그는 "(승리)결과를 가져오진 못했지만, 내용 없이 경기를 진 게 아니고 득점도 나와 고무적이었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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