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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축구는 생존축구다."
지난달 15일 욘 안데르센 감독을 경질하고 임중용 대행 체제로 운영하던 인천은 한 달만에 새 감독을 찾았다. 유 감독을 전격적으로 선임했다. 유 감독은 9개월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유 감독은 "어려운 시기에 지휘봉을 잡았다. 나도, 인천도 큰 도전이다. 반드시 인천을 잔류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카드다. 인천은 새 감독이 필요했다. 대행으로 나선 임 코치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프로축구연맹이 요구하는 P급 라이선스가 없다. 임기가 60일로 제한된만큼, 빠르게 새 감독을 찾아나섰다. 인천은 백지에서 출발했다. 여러 감독들이 물망에 올랐다. '잔류왕' 인천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잔류를 위해, 감독 선임이 중요했다. 그래서 더욱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임종헌 네이비FC 감독, 김시석 인천대 감독, 설기현 전 성균관대 감독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던 중, 인천은 과감히 인연이 없는 감독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유 감독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유 감독은 "인천의 제안을 받고 많은 고민을 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2006년 은퇴한 유 감독은 독특한 행보를 이어갔다. 발렌시아에서 뛰는 이강인을 배출한 '날아라 슛돌이'에서 유소년을 가르쳤고, 2009년에는 춘천기계공고 감독으로 부임해 청소년들을 이끌었다. 이후 2011년 K리그에 입성했다. '시민구단' 대전 감독직에 올랐다. 팀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한 유 감독은 2014년 울산대 지휘봉을 잡았다. 지도자 변신 후 엘리트 코스만을 거친 또래 지도자들과는 달리 다양한 무대에서 내공을 쌓았다.
유 감독은 2017년 12월 울산대를 떠나 전남 감독직에 오르며 K리그로 돌아왔다. 유 감독은 개막 후 초반 두 경기에서 세련된 공격축구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구단의 어이없는 행정에 발목을 잡혔다. 부임 5개월만에 전력강화부장직으로 내려가라는 지시를 받았는가 하면, 그토록 원했던 외인 교체 요청도 묵살 당했다. 최전방 보강을 위해 양동현 등의 영입전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지만 구단의 미온적 태도 속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자가 겹쳤고, 유 감독은 채 날기도 전에 날개가 꺾였다. 유 감독은 "내 지도자 생활은 왜 이렇게 평탄치 못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운명이었고, 여기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인천은 다양한 경험을 한 유 감독의 이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대전에서 케빈-김형범을 활용한 축구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고, 대학무대에서 위용을 잃었던 울산대를 부활시켰다. 비록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준우승을 4차례나 차지했다. 전남에서도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전, 울산대, 전남을 거치는 동안 선수단 장악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온화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젊은 선수들과 좋은 케미를 보였다. 재정과 환경이 열악한 시도민구단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데다, 유스를 강조하고, 기동력에 초점을 맞춘 철학도 잘 맞았다. 유 감독을 낙점한 배경이다.
유 감독은 "절대 실패한 감독으로 남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하고 싶은 축구 색깔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인천만 생각할 것이다. 잔류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 지금부터 내가 할 축구는 생존축구"라고 했다. 유 감독은 당장 주말 대구전부터 벤치에 앉을 예정이다. 인천은 기존의 코치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인천은 10경기째 승리가 없다. 반전이 절실하다. 유 감독이 그 중책을 맡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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