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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선 보인 경남의 두 거물 외인, 클래스가 달랐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3-04 06:00



'역대급 커리어'라고 했다.

조던 머치는 세계 최고의 리그라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7시즌을 보냈다. 카디프시티 소속이던 2013~2014시즌에는 7골을 폭발시키며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명으로 평가받았다.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룩 카스타이노스는 한때 세계 최고의 유망주 중 한명이었다. 에당 아자르, 하메스 로드리게스, 손흥민 등과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10대 유망주 23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밀란, 독일 분데스리가의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뛰었다.

두 거물 외인이 나란히 경남행을 택하며, K리그 팬들은 열광했다. 조던은 입단이 확정된 후 하루종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지켰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빅리그 출신이 K리그에 입성한 것은 이전에도 있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맨시티 등에서 뛰었던 키키 무삼파는 2008년 서울에, 발렌시아, 헤타페 등에서 활약했던 가빌란은 2016년 수원FC에 입단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무삼파는 3경기 출전 후 계약을 해지했고, 가빌란은 두 시즌 동안 23경기 출전에 그쳤다. 커리어 하향세를 달리던 이들은 한국에서 반등하지 못했다. 커리어는 화려하지만, 최근 부상과 부진 등으로 고생하던 조던과 룩도 이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드디어 뚜껑이 열렸다. 1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과 성남의 개막전이 펼쳐졌다. 김종부 감독은 두 선수를 벤치에 앉혔다. 김 감독은 "두 선수 모두 100%는 아니다. 사실 룩은 벤치에서도 제외할 생각이었다.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일단 엔트리에 넣었다"고 했다. 0-0으로 전반이 끝났고, 김 감독이 조던 카드를 꺼냈다. 임무는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전북으로 떠난 '터줏대감' 최영준이 뛰던 자리였다.

조던은 클래스가 달랐다. '축구 도사'의 느낌이 났다. 포백 바로 앞에 선 조던은 경기를 완벽하게 조율했다. 템포, 방향 등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수비 시에는 빠른 예측으로 여러차례 커트에 성공했다. 개막 전 김 감독이 "내가 추구하는 시야축구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한차원 다른 축구를 펼친다"고 극찬했던, 그 모습이었다. 몸상태도 괜찮았다.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압도했고, 공중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역습시 스피드도 괜찮았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슈팅 장면에서 보여준 개인기와 슈팅 강도도 좋았다. 조던 투입 후 달라진 경남은 2골을 넣었다.


이어 교체로 들어간 룩도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아직 몸이 올라오지 않아 스피드에서는 문제를 노출했다. 하지만 기량만큼은 확실했다. 자기에게 온 볼을 확실히 지켰다. 어려운 경합 상황에서도 불을 트래핑한 후 동료에게 연결했다. 이어 빈공간을 찾는 과정도 깔끔했고, 슈팅까지 연결하는 동작도 간결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두 선수의 활약에 대해 "생각만큼 해줬다"고 덤덤히 말했지만, 관계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는 엄지를 치켜올렸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은 조던과 룩의 능력에 대해서는 확실한 신뢰를 갖고 있다. 다만 부상 이력이 있었던만큼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이며, 확신은 더욱 커졌다. 이들이 100%로 올라서면 경남은 더 무서워질 수 있다. 기대만큼의 클래스를 보여준 거물 외인의 존재, 경남은 올 시즌도 다크호스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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