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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인생역전 김학범 "이강인도 올림픽대표 대상, 난 밑바닥 인생"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9-01-16 15:53 | 최종수정 2019-01-17 06:30


김학범 U-23청소년 대표팀 감독 축구회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공부하는 지도자'로 통하는 김학범 감독(올림픽대표팀)은 201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며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암울했던 한국 축구의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와일드카드 손흥민과 황의조 그리고 황희찬 이승우를 앞세운 공격축구는 축구팬들의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특히 그가 발탁한 황의조는 2018년 KFA '올해의 선수'로 뽑힐 정도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물론 김학범 감독도 지도자 인생에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 태국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그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만났다.
축구회관=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김학범 U-23청소년 대표팀 감독
축구회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아시안컵 첫 경기였던 한국-필리핀전(7일, 1대0)을 본 느낌은.

아시안컵 첫 경기이고 필리핀 같은 경우는 수비로 두 줄을 세워서 하니까 우리 패턴이 쉽게 읽혔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대회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것이다. 선수들간의 패스 타이밍이 괜찮았다.

-잊지 못할 한해였던 2018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감사드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내 축구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해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이 됐고, 우여곡절 끝에 우승했고, 그 분위기로 우리 축구 분위기도 달라졌다.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이다. (김학범호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는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상도 받았다.(KFA 올해의 감독상 수상) 대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됐다. 선수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줬다. 우리 팀의 주장을 맡았던 손흥민은 날개를 달았다. 심리적 부담이 없어졌다. 와일드카드들(손흥민 황의조 조현우)은 더 애절했을 것이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감독 선임 인터뷰를 했을 때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이례적인 인터뷰였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다는 주변의 얘기도 있었다. 김판곤 위원장과 개별 인터뷰를 했다. 그때 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축구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행기 티켓도 다 준비를 했었다. 만약 대한축구협회에서 보자는 연락이 오면 출발을 연기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떠나기 전에 연락이 와서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 준비를 했다. 내가 해온 대로 자료를 준비했다. 내 기준에 맞게 선수 파악과 분석 리포트를 썼다. 내가 이 팀을 맡으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복안, 훈련 방법, 전술 등을 준비해서 '아이패드'에 넣었다. 그걸 미리 선수들과 공유하겠다고 김판곤 위원장에게 보여주었다. (김판곤 위원장은 김학범 감독의 그런 준비된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밝혔다)

-그런 식의 준비는 특별한 인터뷰라서 한 건가.

보통 때 하던 거였다. 프로팀을 이끌 때도 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가서도 그렇게 했다. 선수들과 미팅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애니매이션 작업을 해서 좀더 이해를 쉽게 도왔다. 먼저 알고 훈련을 하도록 했다.

-김 위원장과 미팅 시간은 길었나.

김 위원장과 2시간 동안 미팅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식사를 겸해서 했다. 그러고 나서 선임 결정까지 한달 이상 걸렸다. 외국 가는 걸 취소했다. 만약 안 되면 다시 유학 계획을 잡으려고 했다.

-스스로를 축구 '비주류'라고 말하는데.

인생을 사는데 있어 자기 길이 있다. 나는 꼭 그렇게 얘기하지는 않는다. 나는 '밑바닥 인생'이다.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생각이다. 지도자 실력은 선수들이 제일 먼저 안다. 선수들한테 실력없는 지도자란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

-김 위원장은 김 감독이 정말 '디테일'에 강하다고 말하던데.

준비 과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좋은 것만 취한다. 상황에 맞게 빨리 빨리 변해야 한다. 고집을 부리면 안 된다. 그렇다고 축구 철학이 흔들리는 건 아니다. 정한 목표를 향해가는데 유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과 오늘이 많이 다르다. 기본은 안 바뀌지만 다른 것들은 달라진다. 빨리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전술 변화도 그렇다. 해외에 자꾸 나가서 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 양궁 태권도를 보러 외국인들이 오는 것과 똑같다. 외국의 좋은 것을 우리 선수와 문화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

-해외에 나가서 보면 정말 얻는게 생기나.

가서 보면 같은 팀도 조금씩 변한다는 걸 느낀다. 정우영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독일) 감독(코바치)도 미팅을 하면 팀 훈련에 대한 얘기를 해준다. '업자들'끼리 궁금한게 있다. 전부 다 물어볼 수는 없고.

-2018년, 우리 축구는 황의조라는 보석을 발견했다.

필리핀전을 보면 유효슈팅을 때리는 건 황의조 밖에 없다. 어려운 자세에서 골을 넣었다. 스트라이커로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나와는 궁합이 잘 맞았다. 성남 감독으로 가서 황의조를 봤을 때 인상적이었다. 슈팅을 어느 순간, 어떤 위치에서도 때리더라. 와일드카드를 놓고 석현준 황의조 둘 중에서 오래 고민했다. 똑같은 조건이면 석현준을 뽑으려고 했다. 그런데 석현준의 경기력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황의조로 갈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토트넘)은 인간적으로도 매력전인가.

인성이 좋고, 사람들에게 참 잘 한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와일드카드들에게 (후배 선수들에게) 커피를 사라고 했다. 공들고 다니고, 공도 주워라고 했다. 솔선수범하라고 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커피를 맘대로 못 먹었다. 컨디션 관리에 지장을 받을 수 있어 아이스커피도 못 먹었다)

-황희찬(함부르크)의 플레이 스타일은 한국에선 낯설다.

황희찬은 저돌적이고 좀더 다듬어지면 좋다. 그라운드 밖에선 순둥이다. 그런데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변한다. 팀에 필요한 선수다. 굴곡이 있다. 좋은 선수는 굴곡의 폭이 좁아야 한다. 황희찬은 러시아월드컵 마지막 독일전에서 교체로 들어갔다가 금방 교체돼 나왔다. 그런데 나도 그럴 뻔 했다.(축구에선 교체 선수를 다시 교체 아웃하면 선수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아시안게임 우즈베키스탄전 때 빼고 싶었지만 참았다. 수비도 공격도 다 안 됐다. 결국 황희찬이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골을 넣었다. 선수(황희찬)가 스스로 자기 알에서 깨고 나와야 한다. 이제 1996년생이다. 2~3년 더 지나면 알에서 깨어날 것이다.

-이승우는 지금 어떤 단계라고 보나.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끼가 있다. 골대 앞에서 장점이 있다. 그런데 골대 앞에까지 가는 과정을 봐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쓸 수가 없다. 아시안게임 때 유니폼 17번(등번호)을 주니까 승우가 "번호가 너무 무겁다"고 했다.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FIFA U-17 월드컵 때 처럼 잘 하라고 준 것이라고 말해줬다. 나는 이승우가 아시안게임에서 통할 거라고 봤다. 기대대로 잘 해줬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발렌시아)과 정우영의 성장세도 주목하고 있나.

지난해 연말 현지에 가서 훈련하는 거, 경기하는 걸 지켜 봤다. 이강인 정우영도 도쿄올림픽 대표팀 선발 범위 안에 있다. 또 올해 5월에 열리는 FIFA U-20 월드컵에서 어떻게 하는 지 볼 것이다. 가서 그 선수들과 밥도 먹었고, 감독들과 얘기도 해봤다.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훈련장에서 만났다. 정우영에 대한 기대치를 갖고 있더라. 수치(짧은 기간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러닝수)를 보고 얘기를 했다. 순간적인 움직임이 좋다고 하더라.

-해외 훈련을 앞두고 있는데.

15일부터 훈련에 들어간다. 26명을 데리고 태국으로 간다. 이제 시작이다. 3월 아시아 U-23 챔피언십 1차예선 대회(올림픽 1차 예선 겸함) 준비하는 거다. 대만 캄보디아 호주와 같은 조다. 무조건 조 1위를 해야 한다. 반드시 호주를 꺾어야 한다. 또 올해는 형들 A매치 소집할 때 우리 동생 팀도 소집된다. 친선 경기도 할 예정이다. 큰 그림은 그려놓았다.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은 2020년 1월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세운 목표가 뭔가.

간단하다. 도쿄올림픽 1차 예선 통과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준비하고, 훈련하고, 호주를 분석하고 있다. 호주는 선수 자원이 나쁘지 않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김학범 U-23청소년 대표팀 감독
축구회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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