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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은 최고의 순간, 불현듯 찾아왔다. '신예' 나상호(22·나상호) 이야기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나상호는 대표팀에서 황의조(감바 오사카·일본) 황희찬(함부르크·독일)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목에는 금메달이 걸려 있었지만, 마음껏 웃지는 못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나상호. 스스로 알을 깨고 일어섰다. 그는 팀을 위해 다시 달렸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끝이 아니었다. 리그에서 K리그2 '커리어 정점'을 찍었다. 그는 리그에서만 31경기에 출전 16골-1도움을 기록, 생애 첫 K리그2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K리그 최연소 득점왕이다. 베스트11 공격수 부문 영광의 주인공도 나상호였다. 수상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K리그2 MVP로 우뚝 서며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2017년 광주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 불과 데뷔 2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사실 나상호는 될성 부른 나무였다. 그는 금호고 3학년이던 2014년, 팀을 K리그 주니어 우승으로 이끌며 득점왕과 MVP를 차지했다. 그 해 열린 백록기에서도 득점왕에 오르며 팀에 우승컵을 선물했다. 일찍부터 프로에서 점찍은 유망주였다.
하지만 나상호는 사뭇 다른 길을 걸었다. 프로 대신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이유가 있었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1m73, 70kg으로 공격수치고는 왜소한 체격이다. 대학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은 나상호는 2017년 프로 입문과 동시에 연착륙했다. 데뷔 시즌 18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2018년, 성장통을 이겨낸 나상호는 데뷔 2년 만에 K리그2 무대를 품에 안으며 활짝 웃었다.
소속팀 광주를 넘어 아시안게임과 A대표팀까지 두루 거치며 '차세대 스트라이커'의 탄생을 알린 나상호.
그는 "올 한해는 축구를 시작하면서 꿈꿔왔던 많은 일이 이뤄졌다. K리그2 MVP를 수상하게 돼 감격스럽다. 더 큰 목표가 생겼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라고 생각한다. 나태해지지 않고 한국 축구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바야흐로 지금은 '나상호 시대'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