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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후 열린 송별식에서 한바탕 눈물을 쏟아냈기 때문인지 한결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수원과 제주의 최종 38라운드. 결과는 수원의 0대2 패배였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서 감독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6년간 이끌었던 수원을 떠난다.
경기 직후 4000여 수원팬들 앞엣 송별식을 가진 서 감독은 참았던 눈물을 한껏 쏟아내며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최종전 소감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눈물의 의미는.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자연스러움을 억누를 수가 없더라. '울지 말아야지', '눈물 보이지 말자'고 되새겼는데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기자회견도 마지막이다. 회견장에 마지막으로 들어선 소감은.
다음주에도 여기 나와야 할 것 같고, 아직 어색하다. 마지막이라는 게 믿어지지는 않는다. 나중에 현실로 돌아가면 깨닫겠지만 지금은 실감이 안나는 게 사실이다.
-수원이 정말 애정 많은 팀일텐데 수원에 대한 종합적인 느낌은?
여기가 내집 같다는 그런 기분이 습관처럼 돼 있다. 선수생활을 하다가 유럽에 진출해 있을 때도 항상 수원은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경기는 졌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이었다.
결과는 0대2지만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저 때문에 이기려고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같다.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지도자로서 비난도 많이 받았다.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텐데.
선수때 사랑을 많이 받았다. 지도자로서 비난은 당연한 것이다.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팀이 힘들 때는 조금 더 넓게 생각하셔서, 팀을 생각해주는 쪽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새로 오는 감독과 구단이 어떤 모습이 되면 좋을까.
새 감독, 선수, 구단 프런트 모두 힘들 것이다. 새롭게 뭔가 시작할 때 파악하고 준비해야 하는 게 많다. 구단이 많은 도움을 주고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현장은 전쟁터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뒤에서 서포터하느냐가 중요하다. 전쟁터에서는 무기가 떨어지면 무기를 공급해주고, 음식이 떨어지면 음식도 조달해야 한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지원에 대해서는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축구는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 그런 게 뒷받침된다면 새로운 좋은 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나중에 선수단 미팅 때 하려고 했는데…. 우선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내가 많이 부족한데 선수들이 믿고 따라주며 신뢰를 보여줬다. 선수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슴없이 얘기도 해주고, 희생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선수들이 흐트러짐 없이 잘 따준 덕분이다. 6년간 선수단에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단체로 40여명이 모여있으면 문제가 있을텐데 그런 게 없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고 감사하다.
서 감독은 이날 회견을 끝으로 당분간 축구 현장을 떠나지만 천생 축구인의 피를 감추지는 못했다. 서 감독이 마지막 취재진을 향해 당부한 말은 "우리 한국축구, K리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잘 부탁합니다"였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