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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행복한 K리그' 선수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11-13 06:10



"각구단 주장들이 적극적으로 선수들의 의견을 전하고 있다. 연맹도 선수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최대한 많이 반영하려 한다."

김진형 프로축구연맹 홍보마케팅 팀장은 최근 K리그 주장 간담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2016년 첫 간담회 때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있었다. 최근엔 확실히 다르다. 주장들은 선수들을 대표해 허심탄회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연맹 역시 가감없이 선수들의 질문에 답하고, 최대한 많이 도우려 한다"고 설명했다. K리그 선수 권익 보호는 경청과 소통에서 시작된다.

주장 간담회 제안, K리그 정책에 반영

K리그 주장 간담회는 선수와 연맹이 직접 소통하는 자리다. 2014년 설립된 선수위원회와 연계된 주장 간담회는 2016년 이후 매년 3회 이상 열리고 있다. 2년 임기의 선수위원회는 현재 곽태휘(FC서울)를 위원장으로 염기훈(수원삼성), 신형민(전북 현대), 배기종(경남FC), 김영광(서울E) 문기한(부천) 등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올해도 두 차례 주장 간담회가 열렸다. 개막 직후인 3월 20일 K리그1-2 주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VAR(비디오판독) K리그2 확대, 준프로계약제도, K리그 아카데미 감독과정 등 새 제도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각 구단 주장들이 그라운드 평가에 직접 참여하는 '그린스타디움상' 평가 기준, 선수와 구단 간 분쟁시 연맹의 조정절차에 대한 설명과 선수 복지 확대를 위한 방안 등 논의가 진행됐다. 6월 25일 열린 2차 주장 간담회에서는 K리그 관중 증대를 위한 공동의 노력, '감독-심판 워크숍'에서 개진된 경기력 향상과 관련한 의견 공유, 경기 중 시간지연행위 자제 및 제재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개진된 의견들은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는다. 연맹 규정과 정책에도 적극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1차 주장간담회에서 제안된 그라운드 살수 의무화는 같은 해, 5월 연맹 경기규정에 추가됐다. '경기 전과 하프타임에 충분히 물을 뿌려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유도하고,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한다'고 명시했다. FA선수의 '여름' 등록규정 변경도 이뤄졌다. 올해 1차 주장간담회에서 제기된 비시즌 연봉 미지급 문제도 해결책을 찾았다.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의 연봉 협상이 지연될 경우 비시즌인 1~2월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연맹은 계약 체결 전에도 1~2월 급여를 전년도 수준으로 지급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또 2018년 2차 주장간담회에선 선수들의 요청에 따라 '은퇴선수 지원 프로그램' 설명회가 이뤄졌다. 구단, 팬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K리거들은 스스로 현장을 이끌기도 한다. 지난해 포항 지진피해 복구를 위한 K리거들의 자원봉사는 주장간담회의 제안에 따른 자발적인 실천이었다.


K리그 분쟁조정제도 적극 활용


K리그의 선수 권익 보호 시스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제도'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지만 선수와 구단의 분쟁으로 인해 등록마감일까지 등록을 못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 대해 선수나 구단이 연맹에 조정을 신청하는 제도다. 또 주장간담회의 요청에 따라 연봉 관련 분쟁 발생시 이를 자동으로 조정위 안건으로 상정되도록 해 해당선수가 미등록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일방적 계약해지, 연봉 대폭 삭감, 임의탈퇴 등 소위 구단의 '갑질' 행태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2시즌간 K리그에 임의탈퇴 선수는 없다. 2016년 6월 수원FC 이승렬이 마지막이다.

김 팀장은 "예전에는 구단에서 A선수를 임의탈퇴시키겠다고 하면 사실관계만 확인한 후 대부분 그렇게 처리됐다. 그러나 지금은 조정위에서 결정하고, 선수의 반론권을 적극 반영한다"면서 달라진 선수 중심의 분위기를 설명했다."최근 모 구단에서 임의탈퇴 요청이 있었다. 격론 끝에 임의탈퇴 대신 계약해지로 풀어낸 사례가 있다. 조정위에서 선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다보니, 구단들도 무턱대고 신청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2017-2018년 각 3건의 분쟁이 조정위를 통해 해결됐다. 조정위가 연봉 조정 후 등록하거나, 구단이 선수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후 계약을 해지, 자유계약으로 풀어주는 식이다. 2018년 사례를 보면, 전년도 기본급이 5500만원인 선수가 동결을 요구했고, 구단은 3850만원을 제시했다. 조정위는 기본급 4500만원에 구단 내규에 따른 수당 등 옵션을 통해 합의를 도출했다.

김 팀장은 K리거들에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지 말고 조정위를 적극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축구계 내부 분쟁을 일반 법원에 제소할 경우 FIFA, AFC, 협회 정관 위반으로 인해 오히려 선수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연맹과 협회가 정한 조정 절차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새내기-현역 K리거 위한 교육 프로그램

아는 만큼 보인다. 선수 복지 및 권익 향상을 위해 K리거 교육 프로그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K리그 신인선수들의 경우 개막 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리그 현황과 규정, 프로선수로서의 자세, 인터뷰 스킬 등을 배운다. 김 팀장은 "신인 교육 후 전화가 꽤 많이 온다. 규정을 보니 에이전트 계약이 잘못된 것 같다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도 3건이나 있었다"고 귀띔했다. "에이전트 계약은 기본 2년인데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이 됐다든지, 계약연장 시 서면이 아닌 자동연장으로 돼 있다든지, 이런 조항들은 협회 중개인 규정에 명백히 위반된다. 신인 교육을 통해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들도 들려주고 있다"고 했다. "선수들이 해당 사실을 알려오면 연맹은 협회에 연락해 해당 에이전트 계약을 중단시킨다"고 덧붙였다.

K리그 아카데미에 지난해부터 현역 선수들을 위한 선수과정도 신설했다. 시즌 종료 직후 파주 NFC에서 진행된 첫 수업에는 곽태휘 조용형 조성환 박원재 김승용 등 각 구단별 2~3명, 총 45명의 K리거들이 참석했다. K리그의 현재와 미래, K리그 유소년 시스템 및 유스 트러스트(Youth Trust) 제도. 독일, 스페인, J리그 등 해외 유소년 시스템 등에 대한 특강을 통해 K리그의 비전을 공유하고, 선수 및 미래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시즌 종료 직후에도 선수과정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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