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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혁 감독, 카리스마 선배에서 '형님 리더십'으로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11-05 06:2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저도 많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사령탑 데뷔 시즌의 종착역을 앞둔 박동혁 아산 감독이 담담히 털어 놓은 말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아산의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데뷔 시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아산은 지난달 27일 서울 이랜드를 꺾고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2(2부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경기를 제외, 시즌 종료까지 두 경기를 남기고 조기 우승에 성공한 아산은 4일 홈인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령탑 데뷔와 동시에 정상 정복. 누군가의 눈에는 참으로 '운'이 좋은 사령탑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한 시즌 동안 숱한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정상을 밟았다.

"우리 팀이 시즌 초반에 경기력이 좋지 못한 때가 있었어요. 그때 2~3일 동안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선수들이 뭔가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한 선수가 다가와서 말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말씀을 안 하고 계시면 선수들이 더 어려움을 느껴요.' 그때 느꼈죠. 아,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 그래서 선수들에게 곧장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그 뒤로는 더 많이 소통하고, 밝은 분위기로 팀을 끌어가려고 노력했죠."

선수 시절의 박동혁은 그야말로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팀의 기강을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배'일 때의 얘기였다. 지도자의 모습은 또 달라야 했다. 그래서 박 감독은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소통을 시도했다. 구단 관계자 역시 "감독님은 선수들과 대화를 참 많이 한다. 훈련 때는 선수들과 함께 공을 차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렇게 감독과 선수 사이에 신뢰가 생겼다. 아산은 단단해진 힘을 앞세워 우승에 성공했다. 박 감독은 어느새 '형님리더십'의 표본이 됐다. 그리고 한 시즌 동안 사령탑으로서도 훌쩍 성장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선수들 덕분에 목표했던 성적을 거뒀고, 추구하는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지만, 올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요." 박 감독이 슬며시 미소지었다.

아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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