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양대 리그의 자존심이 걸린 대리 한·일전이다.
7년 만에 준결승에 올라 온 수원은 올시즌 K리그를 대표한 클럽으로서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현재 처한 위기에서 탈출할 발판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수원은 하반기 들어 서정원 감독의 사퇴 표명에 이은 성적 부진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K리그에서의 성공은 쉽지 않은 상황. ACL과 FA컵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리그에서의 부진으로 악화된 민심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이번 가시마 원정이 중요하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한판 승부다. 하지만 수원을 둘러싼 현실은 그닥 녹록지 않다는 점이 걱정이다.
안그래도 불안한데…구멍난 수비망
섬나라에만 가면 고생길이네
수원 선수단은 지난 30일 밤 잠을 설쳐야 했다. 일본을 강타한 초강력 태풍 '짜미' 때문이었다. 태풍이 상륙하기 전이라 일본 입성까지는 성공했지만 본격적인 태풍 영향으로 생고생을 했다. 30일 훈련이 아예 취소되자 급히 실내체육관을 섭외해야 했다. 1일 훈련까지 거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1일 새벽 태풍이 통과하면서 나무가 통째로 뽑히고 숙소 호텔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요란한 폭풍우가 치는 바람에 자다가 깨기 일쑤였다는 게 수원 프런트의 설명이다. 다행히 태풍이 지나가면서 1일부터 그라운드 이용이 가능해져 잔뜩 굳어진 몸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더 큰 우려는 '태풍 트라우마'다. 수원은 지난 8월 20∼24일 제주 원정을 떠났다가 태풍 '솔릭'으로 인해 제주전이 취소된 가운데 훈련도 하지 못한 채 고립사태를 겪은 적이 있다. 그날 이후 서 감독이 떠났고, 팀 조직력은 모래알이 됐다. 하필 연이어 '섬나라+태풍'을 만나게 됐다.
그래도 희망요소는?…'원정깡패'+'갓화용'
수두룩한 악재에도 수원이 기댈 구석은 있다. 우선 가시마에서의 기분 좋은 기억이다. 수원은 조별리그에서 조기에 16강행을 확정지으려 했지만 실패한 채 가시마와의 최종 6차전(4월 17일)까지 몰렸다. 가시마와의 첫 대결에서 1대2로 패한 터라 일본 원정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지만 가시마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짜릿하게 조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수원이 얻은 별명이 '원정깡패'다. ACL 조별리그 3승(1무2패) 가운데 2승을 원정에서 챙겼고 리그에서도 원정 승리가 많았을 때다. 이번에 '가시마 불패'를 만든다면 금상첨화다.
가시마에는 K리거 출신 막강 수문장 권순태가 건재하다. 수원은 조별리그 2차전 가시마와의 경기에서 권순태에게 당했다. 권순태를 데얀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결정적인 슈퍼세이브로 수원에 패배를 안겼다. 하지만 수원에도 다시 물오른 수문장 신화용이 있다. 신화용은 전북과의 8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신들린 선방쇼를 펼치며 준결승행의 일등공신이었다. '신(god)'같은 존재라고 '갓화용'이란 찬사를 되찾았다. 국가대표 출신 두 골키퍼의 리턴매치에서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