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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리포트] 김학범 VS 박항서, 돌고 돌아 AG 운명의 매치… "멋진 경기" 다짐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8-08-2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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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슨'과 '박항서 매직'이 아시안게임에서 맞붙는다. 복잡하고도 미묘한 대결이다.

한국 사령탑이 이끄는 국가들의 대결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에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역사적인 대결이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2연패와 최다 우승(5회)에 도전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역사를 썼다. 박 감독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아시안게임 최초 8강 진출, 그리고 곧바로 첫 준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한 살 터울의 두 감독은 풍부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김 감독은 코치를 거쳐 2005년 처음 성남 일화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중국 허난 젠예, 강원FC, 성남, 광주FC 등을 고르게 거쳤다. 뛰어난 지략이 명장 알렉스 퍼거슨을 닮았다고 해 '학범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성남 시절 K리그1 우승, FA컵 우승 등을 모두 경험했다. 박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수석 코치로 '히딩크의 기적'을 함께 했다. 그 후 2002년 에는 부산아시안게임 사령탑을 맡아 동메달을 따냈다. K리그에선 경남, 전남, 상주를 맡은 바 있다. 두 감독은 2006~2008년, 그리고 2012년 한 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오랜만에 지략 대결이 펼쳐진다. 김 감독은 23세 이하 대표팀을 맡아 금메달에 도전한다. 박 감독이 따내지 못한 금메달이다. 상황만 놓고 보면, 더 부담스럽다. 한국 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박 감독은 이미 베트남의 역사를 썼다. K리그 경력에서 다소 밀리는 박 감독은 베트남의 '축구 영웅'이다. 선수들을 끊임 없이 독려하며 힘을 불어 넣는다. 게다가 선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여러 차례 강팀을 무너뜨렸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5경기를 치르는 동안 8골을 넣으면서, 1골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난적인 일본, 바레인을 모두 넘어섰다. 또 다른 새 역사가 눈앞이다.

김 감독에게는 베트남의 촘촘한 수비를 무너뜨릴 전략이 필요하다. 조별리그에서 만난 말레이시아전에서 1대2로 패한 기억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리면서 한국을 이기는 데 성공했다. 먼저 골을 내주면 모든 게 꼬여버린다. 최근 황의조 손흥민 이승우 등 공격진의 컨디션이 좋은 만큼,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박 감독은 이를 막아야 한다. 지금까지 무실점 중이지만, 한국은 또 다르다. 그동안 무실점을 지켜온 우즈베키스탄도 한국에 4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감독이기에, 베트남의 전술에 관심이 쏠린다.

두 감독은 '멋진 승부'를 다짐했다. 8강 경기가 열린 버카시에선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자주 만난 사이다. 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 승리 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 좋은 팀을 만들었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4강 진출에 성공한 박 감독은 "김학범 감독과는 K리그에서부터 잘 안다. 김 감독은 K리그에서도 오랫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잘 알다시피 한국의 퍼거슨이라 할 정도로 뛰어나다. 충분히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같은 K리그 감독이자, 동료였다.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와 조국 한국을 상대하기 때문에 멋진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물러 설 수 없는 승부다. 역사에 도전하는 한국과 베트남. 그들의 운명은 한국인 감독의 지략에 달려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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