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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박항서 광풍'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본 격파를 위한 비법은 없었다. 박 감독이 한 건 '자신감 불어넣기'였다. 박 감독은 "일본을 물리치기 위해 특별한 비밀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은 어떤 상대도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전에선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과 집중력에 만족한다. 그 믿음이 우리를 승리로 이끌었다. 모든 경기를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준비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베트남축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낸 가장 좋은 성적은 16강이었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이동준 대표는 "호성적에 고무된 베트남축구협회가 일본전 이후 박 감독에게 '고맙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귀띔했다.
박 감독이 가장 먼저 손댄 것은 빠른 선수 파악이었다. 피지컬부터 체력까지 면밀하게 분석해야 했다. 베트남 U-23대표팀을 이끌고 3개월 뒤 국제대회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박 감독의 분석 결과, 피지컬과 기술, 체력은 다른 팀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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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이 없었다면 '매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수석코치였던 박 감독은 거스 히딩크 전 감독에게 배운 선수 장점 극대화 방법을 비롯해 위기 극복 노하우,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을 발휘해 '원팀'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박 감독은 강한 정신력에 초점을 맞췄다. 베트남은 지는데 익숙해 있었다. 89분을 잘 뛰고도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해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 와서 대표팀을 살펴보니 피지컬이나 체력에서 상대에 밀릴 이유가 없더라. 문제는 자신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젠 "귀화를 해달라"는 요청까지 받을 정도로 '영웅' 대접을 받고 있지만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외국인일 뿐이다. 그래서 베트남 특유의 문화도 존중해야 했다. 박 감독은 부임 이후 낮잠 문화를 인정했다. 베트남은 날이 더워서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에 출근하는데, 훈련일정을 당기고 낮잠을 즐기는 문화를 받아들였다.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박 감독은 "쌀국수 대신 우유"를 주장하며 단백질 중심의 식단으로 선수들의 먹을 것부터 바꿨다. '쌀딩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또 선수들에게 식사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켜 선수들에게 단합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오는 23일 대회 16강전을 치른다.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 뿐만 아니라 또 다시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