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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눈] 김학범호, 주변의 도움이 '공격 조직'을 만든다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8-08-18 21:11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반둥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2대1로 패배한 후 손흥민 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반둥(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17/

더 빠르고 조직적이어야 한다.

한국은 1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에서 1대2로 패배했다. 대표팀은 지난 바레인전과 동일한 3-5-2 포메이션이었지만 미드필더 조합에 변화를 줬다. 바레인전에서는 '정삼각형' 형태의 미드필더 조합을 보였다. 반면에 말레이시아전에서는 '역삼각형' 형태로 이진현-김정민을 전진 배치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띄었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의 수비 조직을 깨지 못하며 패했다. 박경훈 교수와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이 그 원인을 되짚었다.

한국은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어렵게 경기를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득점 이후 완전히 수비라인을 내려섰다. 5-4-1 형태의 말레이시아 수비조직은 수비-미드필더-공격수의 간격을 매우 좁게 유지했다. 좌우 간격도 잘 유지하면서 한국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국은 빌드업부터 마무리까지 단조로운 패턴을 보이며 공격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후방 빌드업 시에 이진현 김정민의 움직임 너무 정적이었다. 1선과 3선 사이로 받아주러 나오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후방 빌드업의 시작점이었던 김민재 김건웅에게 선택지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결국 어태킹 써드 지역으로 롱 킥을 시도하는 횟수가 잦아졌고 그마저도 강약 조절에 실패하며 부정확한 패스들이 반복됐다. 이진현 또는 김정민이 볼을 받은 후 어태킹 써드 지역으로 연결을 했다면 좀 더 다양한 패턴 플레이가 나올 수 있었다.

황희찬과 황의조 투톱 조합도 아쉬웠다. 플레이 스타일이 겹치면서 역할 분담이 되지 않았다. 투톱의 장점은 단점이 되고 말았다. 황희찬과 황의조는 모두 전방을 향해 침투만을 노릴 뿐, 수비를 중앙 혹은 측면으로 끌어내는 움직임이 없었다.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잘 정비되어 있는 수비 뒤 공간으로 두 명이 침투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한 명은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균열을 만들어내고 투톱 중 한 명 혹은 2선에서 그 공간으로 침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특히나 상대가 내려앉았다면 더욱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윙백의 활용도 역시 미흡했다. 바레인전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이시영과 김진야를 윙 포워드처럼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받게 했다. 하지만 공간 활용 면에서 차이점을 보였다. 상대의 수비조직이 내려앉으면서 공격지역에서의 공간이 이미 많이 좁아진 상태였다. 그런데 윙백이 공격지역으로 미리 전진하면서 상대도 미리 내려와 수비조직을 견고히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좁은 공간에서 침투 성향이 강한 우리 공격수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더 좁혔다.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윙백을 높은 곳에 위치시켰을 때, 상대 측면 수비수를 끌어냄으로써 중앙에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2선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들의 부족한 서포트 움직임은 공간을 창출하지 못했다. 또 중앙으로 밀집 된 말레이시아의 수비조직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측면에서 자유로운 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드필더들의 느린 패스 템포와 접근이 더해지면서 측면에서의 여유도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압박에 패스 미스가 이어졌다. 결국 그에 대한 현상으로 후방에서 최전방으로 롱 킥을 하는 형태의 빌드업이 많이 일어났다. 내려앉은 말레이시아 수비진은 부정확한 롱 킥을 안전하게 처리하면서 쉬운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었다. 간혹 수비수를 넘기는데 성공하더라도 수비라인과 골키퍼와의 간격이 좁아 번번이 나드즐리 골키퍼에게 차단당했다. 한국은 측면과 중원 모두를 공략하지 못했다. 단조로운 공격 형태만이 이어지며 승리하지 못했다.

현재 대표팀 공격진의 전력을 보면 역대 최고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주변의 움직임을 통한 도움이 더해지지 않으며 무력해졌다. 1승1패를 기록하면서 자력으로 조 1위도 불가능해졌다.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한다면 험난한 일정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본선에 올라온 팀들의 수비 조직은 조별예선보다 더 견고할 것이다. 오늘의 패배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당장 3차전인 키르기스스탄 전부터 더 나아진 공격 조직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대표팀은 내려선 상대의 수비 조직을 무너트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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