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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하인드]KFA, 벤투 낙점까지 길고 길었던 한달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8-16 17:52 | 최종수정 2018-08-17 05:30


ⓒAFPBBNews = News1

파울루 벤투 신임 대표팀 감독은 사실 플랜B였다.

지난달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선임 소위원회를 열었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를 시작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월드컵 예선 통과, 대륙컵 대회 우승, 세계적 수준의 리그 우승 등의 경험을 갖추고, 능동적인 스타일의 축구를 할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았다. 신 감독을 포함한 10여명의 후보군을 정하며 신임 A대표팀 사령탑 인선 작업을 시작했다. 언론에 여러차례 언급됐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일본 감독, 루이스 스콜라리 전 브라질 감독, 루이스 판할 전 맨유 감독 등은 아예 리스트에 없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7월 9일 유럽으로 나가, 직접 후보군들과 접촉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전 레스터시티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전 독일 감독 등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후보군들에게 철학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달 18일 귀국한 김 위원장은 다음날인 19일 다시 선임위원회를 열어 접촉한 후보군들에 대해 설명하고, 후보군을 추리는 토론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세명의 후보가 결정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전 이란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전 멕시코 감독, 에르베 레나르 모로코 감독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협상팀을 꾸려 곧바로 이들과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협상은 쉽지 않았다. 레나르 감독은 모로코 잔류가 결정됐고, 오소리오 감독은 인기가 너무 많았다. 이란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케이로스 감독과는 최종 단계까지 갔지만, 협상 사실이 알려지며 판이 깨졌다. "한국축구협회가 케이로스와 접촉해 감독 선임을 협의했다"고 한 메흐디 타즈 이란축구협회장의 인터뷰가 결정적이었다. 결국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 잔류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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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선임위원회는 지체없이 플랜B를 가동했다. 빠르게 후보군을 추렸다. 당시 언급됐던 알베르트 셀라데스 레알 마드리드 코치, 페르난도 이에로 전 스페인 감독은 후보군에 없었다. 키케 플로레스 전 에스파뇰 감독, 후안데 라모스 전 말라가 감독, 슬라벤 빌리치 전 웨스트햄 감독 등이 새롭게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프랑크 데부어 전 크리스탈팰리스 감독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김 위원장은 8일 유럽으로 떠났다. 베이스캠프는 프랑스 파리가 아닌 스페인 마드리드였다. 유럽에 머물고 있는 한 에이전트는 "김 위원장이 마드리드에서 벤투, 키케, 라모스 감독 등을 만났다. 빌리치 감독을 만나기 위해 크로아티아까지 다녀왔다"고 귀뜸했다.

이번에는 인터뷰와 협상을 동시에 진행했다.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키케 감독의 경우, 협상 보다는 미팅에 가까웠다. 키케 감독도 한국행에 큰 뜻을 보이지 않았다. 빌리치 감독은 금전에서 이견이 있었다. 한 에이전트는 "빌리치 감독이 400만달러 이상을 요구했다"고 했다.

결국 벤투 감독이 최종 낙점됐다. 김 위원장은 벤투 감독의 현대축구에 대한 식견과 카리스마에 큰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월드컵 예선부터 본선을 모두 경험했고, 유로2012 4강 등 국가대표 무대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벤투 감독 역시 미팅 장소에 팀을 대동할 정도로 한국행에 의지를 보였다. 세부조율에서 막판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원만히 협의를 마쳤다. 스태프 구성에서도 큰 이견이 없었다. 마침내 한달 이상 이어온 새로운 선장 찾기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결론은 벤투 감독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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