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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받아도 좋아?' 감독 징계-팀성적 기묘한 상관관계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8-08 05:00


지난 7월18일 울산과 강원의 경기가 막판 혼란을 거듭한 가운데 3대3으로 끝나자 김도훈 울산 감독이 심판진을 향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때로는 벌 받을 만하네?'

세상사 벌(징계) 받는 걸 반가워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스포츠 세계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주력 선수가 징계를 받으면 전력 누수로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거꾸로 동료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돼 의외의 '전투력'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징계 대상자가 감독-코치라면 효과가 더 좋을 때가 있다. 프로축구에서 그랬다. 감독-코치는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지 않지만 리더로서 상징적인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에서 비어있는 벤치를 본 선수들은 팀을 위해 징계를 당한 지도자를 생각하며 '없을 때 더 잘하자'고 스스로 자극제로 삼기 때문일까. K리그 사례를 살펴보면 '감독 징계=성적 호조'가 많았다. '오비이락'이라고 하기엔 성공 사례가 더 많은 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김도훈 울산 감독의 징계다. 김 감독은 지난달 18일 강원과의 18라운드(3대3 무)에서 과도한 항의를 했다가 출장정지 3경기 징계를 받았다. 이날 강원전까지 울산은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 리그 후반기 처음 맞은 위기였다.

이후 김 감독은 3경기 동안 벤치에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했다. 그 사이 울산은 감독 징계 이후 첫 경기인 대구와의 19라운드에서 시즌 두 번째 무실점(2대0) 승리한 것을 비롯, 2승1무로 반등했다. FA컵 32강전까지 포함하면 4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전화위복'의 계기를 제대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은 올시즌 초에도 징계 효과를 봤다. 지난 3월 18일 제주와의 3라운드(0대1 패)가 끝난 뒤 판정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가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어진 포항과의 4라운드에서도 1대2로 패하며 4연패의 대위기에 빠지는 듯 했지만 이후 3연승을 포함해 11경기 무패(6승5무)의 놀라운 반등에 성공하며 상위권으로 진입했다.

비슷한 시기 김종부 경남 감독의 징계 사례도 흥미롭다. 김종부 감독은 3월 4일 상주와의 리그 개막전 때 판정에 대한 과한 반응으로 3경기 출장정지를 받았다. 클래식 승격 첫 경기를 1대0 승리로 장식했지만 감독 징계로 찬물을 뒤집어쓰는 듯했다. 그러나 김종부 감독이 관중석으로 쫓겨난 동안 경남은 3연승을 보태며 돌풍의 시작을 알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김종부 감독이 5라운드부터 벤치로 복귀했는데 팀 성적은 5경기 연속 이기지 못하는(2무3패) 반대 흐름을 보였다.


감독 징계는 흔하지 않기에 2017년에는 없었고 2016년 시즌으로 거슬러간다. 시즌 말미였던 11월 1일 포항 최순호 감독(제재금 500만원)과 이르윙 코치(3경기 출장정지+제재금 300만원)가 징계를 받았다. 10월 29일 인천과의 36라운드(2대3 패) 이후 과격한 항의 때문이었는데 당시 포항은 강등권 추락 턱걸이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징계 이후 마지막 2경기에서 1승1무를 하며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같은 해 7월 20일 전북 박충균 코치는 서울전에서 3대2로 3연승을 달린 이후 출장정지 5경기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전북은 2연승을 추가한 데 이어 '무-승-무-승-승-무-무-무'로 박 코치의 징계 5경기 동안 3승2무로 선전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감독-코치는 징계를 받더라도 벤치에만 앉지 못할 뿐 경기를 지휘하는 데 사실상 큰 지장은 없다.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우리끼리 더 합심해서 감독의 빈자리를 메우자는 등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해석한다. 프로농구에서 선수들의 심리적 동요를 미리 차단하고, 파이팅을 자극하기 위해 감독이 테크니컬파울을 자초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비슷한 효과인 셈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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