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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가 하면 안되는 실수가…."
선두 추격을 꿈꾸던 수원이 생각지도 못한 복병에 고전한다. 찜통더위보다 무서운 복병은 '실수' 트라우마다.
수원은 21일 경남과의 K리그1 19라운드에서 2대2로 비겼다. 말컹의 무서운 화력, 돌풍의 2위 경남을 상대로 한 무더위 원정에서 지지 않은 것만 해도 실패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 감독의 말대로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2-1로 앞서다가 수비진의 실수로 동점을 허용했다. 문제는 어이없는 실점이 후반기 들어 자꾸 이어진다는 점이다.
러시아월드컵 휴식기 이전 전반기와 7일부터 시작된 후반기를 비교하면 수원의 현 주소을 알 수 있다. 전반기 14라운드까지 수원은 총 14실점으로 경기당 평균 1실점의 괜찮은 수비력을 보였다. 전북(8실점), 상주(12실점), 제주 울산(이상 13실점)에 이어 12개팀 중 5위였다. 리그 2위로 전반기를 마친 원동력이기도 했다.
실점이 많아지면 수비진으로 책임론이 옮겨지기 마련이다. 수원의 주요 전술은 스리백이다. 3월 1일 전남과의 시즌 개막전 때 4-3-3을 한 번 썼고, 경기 중 간혹 포백으로 변화를 준 경우를 제외하고 줄곧 스리백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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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감독이 공격형 스리백 애호가이기도 하지만 지난 겨울 다양한 전술을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플레이오프부터 치러야 했기에 제주에서 약식으로 동계훈련을 했다. 이것 저것 손댔다가 죽도 밥도 안되느니 이전부터 경험해 온 스리백에 집중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전반기 성적을 보면 스리백의 실패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핵심 수비수 매튜가 떠나고 공-수 조율의 중심이던 김은선이 부상 이탈하면서 전과 다른 스리백이 됐으니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이 때문도 아니다. 동계훈련 기간 무릎 수술을 받았던 매튜는 4월 25일이 돼서야 첫 출전해 전반기까지 고작 4경기 뛰었다. 김은선도 14경기 중 7경기를 소화했다. 매튜가 수비라인에서 든든한 자원이긴 했지만 수원은 이미 그가 없는 스리백을 겪을 만큼 겪었다.
곽광선-조성진-이종성, 곽광선-조성진-구자룡, 양상민-곽광선-이종성 등 스리백 고정 선발이 없어서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경고누적, 징계, 부상 등으로 번갈아 들락날락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부상 중이던 양상민도 하반기 돼서야 복귀했다. 매튜가 떠났을 때 돌아왔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편으로는 누굴 내보내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스리백 준비가 고르게 돼 있다는 긍정적 요소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결국 수원의 최근 실점 상황을 보면 실수가 결정타였다. 반은 운이 없었고, 반은 개인의 집중력 문제였다. 그것도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연이어 나오니 환장할 노릇이다. 지난 7일 제주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2대3 패배의 빌미가 됐던 구자룡은 마음의 상처를 다스릴 시간을 가진 뒤 18일 인천전(5대2 승)에 복귀했지만 무리하게 페널티킥 파울을 한 뒤 21일 경남전 선발에서 다시 빠졌다. 이날 경남전에서 구자룡을 대신해 나온 이종성은 1-1 동점골을 넣었지만 이후 어이없는 실수로 말컹에게 어부지리 동점골을 허용했다.
귀신에 홀린 듯 실수 트라우마에 빠진 수원이다. 실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명색이 프로인데 다그친다고 고쳐질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각자 더 간절함을 갖고 집중한다면 줄일 수는 있다.
서 감독은 "최근 수원의 경기를 단적으로 볼 때 스리백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면서 "프로 선수가 하면 안되는 실수가 나올 수는 있다. 다만 그게 자꾸 몰리면 안된다. 우리 선수들은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믿음과 기다림을 선택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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