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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복기하다 보면 "한국축구는 맞지 않은 옷을 입었다"라며 목소리를 내는 축구인들이 많다. 부족한 기술을 기동력으로 보완해야 하는 한국선수들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점유율을 강조하는 스페인축구에 큰 틀을 맞추려던 점이 조별리그에서 짐을 싼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월드컵을 앞두고 A대표팀에 영입된 외국인 코치들은 전부 스페인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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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도 지난 2014년부터 클레르퐁텐 모델을 본따 '골든에이지'를 도입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밖에 없는 학원축구와 융합되지 못하고 지난 4년간 겉돌고 있는 모습이다. 골든에이지가 성공하기 위해선 협회 뿐만 아니라 프로 팀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결국 협회가 뽑는 자원들이 프로 산하 유소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프로축구연맹도 기초부터 다시 다지고 있다. 그 출발점이 '유스 트러스트' 제도다. 지난해 7월 처음 도입한 이 제도는 2년 마다 각 구단의 유소년 클럽시스템을 평가해, 육성에 힘쓰도록 하는 것이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현재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평가 대상은 클래식 12팀과 챌린지 10팀이 보유한 18세 이하(U-18) 팀, 15세 이하(U-15) 팀, 12세 이하(U-12) 팀 등 총 66개 팀이다. 연맹은 비전 선수 풀&영입 조직 지원 프로그램 코칭 시설 매치 프로그램 선수 성장 생산성 등 총 9가지 정량지표와 정성지표를 가지고 현황을 진단했다.
연맹은 지난해 10월 종합 보고서를 구단들에 전달했다. 그 결과를 4개 등급으로 구분하여 비교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S등급 4개, A등급 7개, B등급 7개, C등급 4개 팀이 나왔다. 2년 주기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연맹은 보고서를 토대로 4가지 항목에 대해 세부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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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진국 유럽에 비하면 모든 것이 뒤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가장 시급한 건 구단의 비전과 철학 수립이었다. 단기적인 승리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운영 철학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행히 유스 트러스트 시행 이후 수원 삼성, 울산 현대, 전북 현대는 유소년 총괄 디렉터를 선임하고 1군부터 유스팀까지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고무적인 성과다. FC서울은 일찌감치 유소년 전담팀(FOS)을 만들어 유럽형 유스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연령별팀 세분화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포항 스틸러스는 두 학년을 한 팀으로 묶어 경기 출전에 소외되는 학년이 없도록 만들었다. 가령, 중학교 1, 2학년을 한 팀으로, 중학교 3학년과 고교 1학년을 한 팀으로 구성해 연령별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조직과 함께 지도자 역량 강화도 절실하다. 그 동안 유소년 팀들은 지도자 머리 속에 있는 생각대로 팀이 운영됐다. 문서화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생각들이 DB화 되고 있는 구단들이 나타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느릴 뿐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구단들이 유소년 클럽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때문에 연맹은 '유스 트러스트' 평가 결과에 따른 합리적 보상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시스템에선 낮은 평가를 받아도 불이익이 없다. 현재 유스 트러스트는 유럽리그처럼 유소년 클럽 발전을 유도하는 차원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