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박경훈의 눈] 크로아티아는 브로조비치가 전술이다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8-07-08 11:33


ⓒAFPBBNews=News1


선수의 재능은 승리를 이끈다. 팀의 조직된 전술움직임은 우승까지 만든다.

크로아티아는 우승 도전을 이어간다. 8일(한국시간) 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 8강전에서 러시아와 2대2 연장접전 끝에 승부차기(4-3)로 승리했다. 20년 만에 4강이다. 크로아티아는 상대팀에 따라서 미드필더 조합을 바꾸고 있다. 박경훈 전주대 교수와 축구학과 분석팀은 모드리치와 라키티치 등 세계적인 미드필더들을 다수 보유한 크로아티아를 분석했다.

축구감독의 전술 선택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핵심 선수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우리의 약점을 감출 수 있는 시스템상대의 강점을 약하게 만들 시스템경기 상황에 따라서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다. 그중 크로아티아는 러시아를 상대로 4-2-3-1 포메이션에 라키티치와 모드리치를 '2'에 배치하며 3선에 위치시켰다.

모드리치-라키티치 조합의 약점

의외의 선택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 2차전인 아르헨티나전부터 빠르고 커팅 능력이 좋은 브로조비치를 라키티치의 짝으로 활용했다. 모드리치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시기 위해서였다. 상대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릴 키 패스를 위한 방점으로 활용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3대0 완승을 만들었고, 덴마크전에선 간격이 벌어진 단점을 노출됐으나, 결과적으로 승리했다. 내용과 결과 모두 성공적이었다.

모드리치와 라키티치의 3선 조합은 '우리의 핵심 선수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에 속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점유율을 높여서 경기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예측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스페인을 상대할 때처럼 수비라인을 후퇴 후 역습을 노릴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 이 조합은 1차전 나이지리아전에 사용됐다. 크로아티아가 유럽예선부터 전방의 수비력이 떨어지는 팀들을 상대로 활용하는 조합이었다.

여기에 러시아는 맞불을 놓았다. 허를 찌르며 전방압박을 시도했다. 크로아티아는 킥 대신 볼을 후방부터 점유하며 전진하는 방법을 고수했다. 라키티치를 두 센터백의 사이로 합류시켰다. 스리백으로 변형하며 패스로 풀어 나오려했다. 이때부터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모드리치가 홀로 3선에서 고립됐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크라마리치는 공간을 창출하는 넓은 움직임도, 최종수비를 직접적으로 무너뜨리는 솔로 플레이도 보여주지 못 했다. 동점골의 주인공이지만 오픈 플레이는 부진했다.

결국 실패한 조합이었다. 선제실점도 둘의 약점이 드러났다. 라키티치는 볼이 없을 땐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3선의 포지션이다. 하지만 체리세프가 세컨볼을 컨트롤 후 전진드리블을 시도할 때, 볼을 뺏기 위해서 달려들어 한 번에 돌파를 허용했다. 체리세프는 쉽게 주바와 원투패스로 전진했다. 이때 모드리치는 다소 무모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미리 한 박자 빠르게 공간을 좁혔다면 태클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체리세프의 멋진 왼발슈팅으로 크로아티아는 실점했다.


브로조비치를 떠올리게 했다. 빠른 스피드와 활동량, 볼을 차단하는 예측 및 판단력을 가진 그는 아르헨티나전에서 메시를 밀착마크로 방어했다. 16강전에서도 덴마크 에릭센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브로조비치가 없는 크로아티아는 결국 수비전환에 약점이 있는 모드리치와 라카티치에 의해서 선제실점을 내줬다. 볼을 소유했을 때와 상대가 볼을 소유해서 막아야 할 때 모두 단점을 드러낸 것이다.

브로조비치의 존재감

공격에서도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크로아티아의 강점 중 하나인 윙포워드 페리시치-레비치의 속도와 돌파력을 활용하지 못 했다. 페리시치는 양발을 사용하며 직선적인 드리블 돌파 후 크로스가 뛰어나다. 레비치는 활동량과 순간 속도 변화로 수비라인 뒤 공간 침투를 잘 한다. 하지만 볼이 전방에서 소유가 안 되며, 둘은 상대 수비조직을 깰만한 기회가 적었다. 모드리치와 라키티치가 어태킹써드로 패스를 공급하지 못 하면서 생긴 문제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레비치는 어태킹써드에서 22회의 패스 리시빙을 기록했다. 경기 흐름상 침투 패스가 아닌 짧은 거리의 패스 비중이 더 높았을 점을 감안하면, 연장전까지 치른 데이터라는 점에서 매우 낮은 수치다. 측면에서 충분한 패스 공급을 받지 못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반이 시작되자 크로아티아는 양쪽 풀백이 동시에 높이 전진했다. 윙포워드 두 명은 고립을 피해서 2선 중원 근처에서 자주 머물렀다. 기존 크로아티아의 공격은 대게 한 명의 풀백이 전진하면 반대편 풀백은 밸런스 유지를 위해서 하프라인을 넘지 않았다. 이번엔 승부수였던 셈이다. 괜찮은 효과가 있었다. 레프트백 스트리니치의 크로스로 위험지역에 접근했고, 혼전으로 이어지며 페리시치의 크로스바를 맞추는 슈팅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수비 불안은 이어졌다. 풀백이 전진한 만큼 상대는 측면을 향해서 역습을 시도했다. 모드리치와 라키티치의 수비전환은 여전히 약점이고, 두 명의 센터백 비다와 로브렌은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근처 발생하는 공간을 커버하는 호흡에서 강점이 있지만, 이날 주바와 골로빈, 체리세프 등에게 일대일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 했다. 후반전 러시아는 크로아티아의 왼쪽 측면 뒤공간을 수시로 노리며 롱 킥을 시도했다.

결국 브로조비치를 투입했다. 수비와 공격이 동시에 강해졌다. 크로아티아가 볼을 소유하면 상대의 역습에도 볼을 차단할 능력이 있는 브로조비치 혼자 3선에 남았다. 라키티치가 전진할 수 있었다. 상대의 위험지역을 향한 패스 투입이 가능해졌다. 러시아가 결국 수비라인을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모드리치가 활동할 공간도 넓어졌다. 다리치 감독의 교체 판단이 늦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밸런스를 회복했다. 선발명단을 이렇게 꾸렸다면 전반부터 경기를 장악할 수 있었다. 연장혈투 전에 승부를 끝 낼 확률을 높였을 것이다.

현대축구의 특징을 잘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윙포워드 페리시치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브로조비치를 투입했는데 공격이 강해진 것이다. 공격과 수비의 일체화 현상이 점점 강해지는 이번 월드컵에서 손꼽힐 만한 교체에 의한 밸런스 강화였다.

크로아티아의 승리는 모드리치와 라키티치의 마무리가 필요하다. 물론 우승까진 둘만으로 부족하다. 수비를 강화해서 이들이 마음 놓고 공격적인 재능을 펼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브로조비치와 조합은 스스로 약점(수비전환)을 감출 수 있는 시스템이자, 핵심선수(모드리치-라키티치)를 강화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크로아티아는 브로조비치가 전술이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