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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지긋지긋한 승부차기 징크스 넘은 잉글랜드, 메이저 징크스도 넘나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7-04 08:15


ⓒAFPBBNews = News1

3번 키커로 나선 조던 헨더슨의 킥이 상대 골키퍼에 막혔다.

모두가 '승부차기의 저주'를 떠올렸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4번 키커가 실축하며 기사회생한 잉글랜드는 조던 픽포드가 콜롬비아의 다섯번째 키커 카를로스 바카의 슈팅을 막아냈다. 그리고 마지막 키커로 나선 에릭 다이어의 슈팅이 콜롬비아의 골문을 가르며 지긋지긋했던 승부차기 징크스를 넘었다.

잉글랜드는 4일 새벽(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콜롬비아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연장까지 120분 혈투를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후반 12분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나간 잉글랜드는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예리 미나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짜릿한 승리를 챙긴 잉글랜드는 12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승부차기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잉글랜드의 발목을 잡았다. 잉글랜드가 메이저대회에서 치른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것은 자국에서 열린 유로96 스페인전이 유일했다. 월드컵 승부차기 성적은 처참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독일과의 4강전 패배 이후 1998년 프랑스 대회 16강전, 2006년 독일 월드컵 8강전 등 승부차기와 연을 맺지 못했다. 고비를 넘지 못한 잉글랜드는 메이저대회 우승징크스에 시달렸다. 축구종가임에도 불구하고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를 제외하고 단 한차례도 우승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일단 가장 큰 벽을 넘었다. 잉글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정신력이었다. 위기에서 압박감에 시달렸다. 승부차기 징크스는 그 발로였다. 하지만 이번 16강에서 '승부차기의 저주'를 넘으며 52년만의 우승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사실 이번 잉글랜드 대표팀은 역대 대표팀과 비교해 이름값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속은 더 좋았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했다. 많이 뛰는 축구로 탈바꿈한 잉글랜드는 좀처럼 지지 않는, 끈끈한 축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위력이 약한 것도 아니다. 6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케인이라는 확실한 공격수가 있다. 라힘 스털링, 델레 알리, 제시 린가드 등 기술과 재능을 가진 선수들도 있다. 존 스톤스, 카일 워커 등이 구성한 스리백도 탄탄하다. 픽포드는 이번 16강전을 통해 확실한 자신감을 더했다.

대진운도 좋다. 8강전에서 스웨덴을 만나는 잉글랜드는 준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러시아전 승자와 맞붙는다.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브라질, 프랑스, 벨기에, 우루과이 등 전통의 강호를 모두 피했다. 승부차기 징크스를 탈출한 잉글랜드가 과연 메이저 징크스까지 넘을 수 있을 것인지. 잉글랜드 팬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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