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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와 콜롬비아가 승부차기 혈투에 접어들었다.
이로써 12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한 잉글랜드는 오는 7일 스웨덴을 상대로 준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겨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잉글랜드)와 14위(콜롬비아)의 숫자는 별 의미가 없었다. 역대 맞대결 전적에서 자신감으로 무장한 잉글랜드가 4승2무로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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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는 3-5-2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투톱에 막강 조합 케인-스털링이 섰고, 좌우 욍백으로 애슐리 영과 트리피어가 포진했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린가드-핸더슨-알리가, 스리백은 맥과이어-스톤스-워커가 형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픽포드가 꼈다. 콜림비아는 종전 4-2-3-1 포메이션에서 4-3-3으로 변화를 줬다. 오스피나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수비진은 요한 모히카-예리 미나-다빈손 산체스-산티아고 아리아스가 포백을 이뤘다. 레르마-산체스-바리오스가 미드필드 뒤쪽을 받쳤다. 팔카오가 최전방에 나선 가운데 퀸테로와 콰드라도가 좌우 윙어로 팔카오를 돕는 전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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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일촉즉발 신경전 불꽃만 가득
경기 초반부터 양팀 모두 라인을 끌어올려 치열하게 치고 받았다. 전반 20분까지 잉글랜드가 주도권을 잡았다면 이후 20분 가량은 콜롬비아가 좌우 측면 공략을 강화하면서 되받아치는 형국이었다. 치열하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결정적인 유효 슈팅은 나오지 않았다. 전반 16분 트리피어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가 케인의 머리로 배달됐지만 윗그물에 떨어졌다. 이후 공방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양팀 선수들의 과도한 신경전으로 포연만 가득했다. 전반 39분 잉글랜드가 아크 왼쪽 지점에서 프리킥을 준비하던 중 벽을 형성하고 있던 핸더슨이 얼굴을 감싸고 갑자기 쓰러졌다. 자리 싸움을 하던 바리오스가 머리로 핸더슨의 턱을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곧바로 양팀 선수들이 드잡이를 하며 집단 충돌 직전의 험악한 장면을 연출했다. 마크 가이거 주심이 바리오스에게 경고를 한 뒤 간신히 진정됐다. 이에 앞서 맥과이어와 콰드라도가 볼 경합을 하던 중 서로 밀치며 싸움 직전의 신경전을 벌였다. 그런가 하면 44분에는 스털링이 콜롬비아 문전에서 밀착 마크를 하던 미나를 넘어뜨려 또 신경전이 벌어졌다.
후반-짜릿한 장군멍군
전반 연이은 신경전의 여파는 후반에도 가시지 않았다. 잉글랜드의 공세가 계속 이어지자 거친 수비로 대응하던 콜롬비아 선수들이 결국 화를 불렀다. 9분 잉글랜드의 오른쪽 코너킥에서 트리피어가 킥을 올린 순간 산체스가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케인을 밀착 수비하던 그는 케인이 문전으로 돌아빠져나가는 것을 끝까지 막는 과정에서 뒤에서 올라타고 밀어 넘어뜨렸다. 주심은 경고와 함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3분 뒤 키커로 나선 케인은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6호골. 득점 선두를 다시 굳히는 골이었다. 페널티킥 선언에 거칠게 항의했던 콜롬비아는 이후 파울과 함께 주심의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항희하느라 경기 흐름이 자주 끊어졌다. 19분 바카가 경고를 받기까지 콜롬비아에서는 모두 5명이나 옐로카드를 받는 기이한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필드 플레이어의 절반이나 경고로 묶였으니 콜롬비아의 플레이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콜롬비아의 집중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주어진 가운데 48분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는 오른쪽 코너킥이 콜롬비아에 주어졌다. 잉글랜드 수비가 집중력을 놓친 사이 수비수 미나가 훌쩍 뛰어올라 방아찍기 헤딩슛을 했고 골문을 커버하던 트리피어의 머리를 맞고 구석으로 꽂혔다. 극적으로 연장 승부까지 몰고가는 천금같은 골이었다.
연장-헛심 공방에 누구도 웃지 못했다
통한의 동점골 실점에 기가 빠졌을까. 잉글랜드는 기동력은 물론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반대로 콜롬비아는 주도권을 갖고 체력적으로 우위를 보였다. 연장 전반은 잉글랜드의 판정패였다. 여기서 물러서면 축구 종가가 아니다. 잉글랜드는 후반에 다시 전세를 뒤집었다. 다시 볼 점유율을 높이며 상대를 연신 압박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2% 부족했고 콜롬비아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피말리는 승부차기로 운명을 맡겼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