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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 정신이 없어요."
2018년 3월, '제2의 박주영'으로 불리며 등장한 조영욱. 그는 올 시즌 K리그1 상반기 '히트상품'이다. 전북의 송범근, 수원의 전세진과 함께 '신(新) 트로이카'로 불리며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조영욱은 왕성한 활동량과 정확한 슈팅을 앞세워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데뷔 후 11경기에 출격, 1골-1도움을 기록했다.
"아직 어리니까 팬들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경기를 뛰면서 제 부족한 점을 더 많이 느꼈거든요. 그동안 볼 키핑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프로에 와서 더 크게 느꼈어요. 아무래도 프로는 템포가 빠르잖아요. 주변에서 3~4명의 형들이 패스해달라고 하면 그야말로 '멘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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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치고 깨지기를 반복, 이제는 '열심히' 보다 '잘해야' 할 때다. 특히 서울은 전반기 14경기에서 3승6무5패(승점 15)를 기록,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후반기 반등이 절실하다. 조영욱은 막내 특유의 패기로 팀에 분위기를 불어넣어야 함을 알고 있었다.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진짜 잘하는 선수를 보고 배우자 생각했죠. 그게 세르히오 아게로(맨시티)에요. 아게로는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의 완성형이에요. 상대 수비라인도 잘 파괴하고, 슈팅 좋고, 골 잘 넣고, 뒷공간 움직임도 좋고···. 아, 아게로는 골키핑 능력도 좋아요. 매일매일 영상 보면서 머릿속에 익히고 있어요. 맞다, 기술 뿐만 아니라 힘도 키워야 해요."
이을용 감독대행의 기대도 크다. 이 감독대행은 "가진 것이 많은 선수다. 후반기에 제 몫을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나면 일기장에 이런저런 생각을 적어요. 기술적인 것보다는 멘탈 얘기가 많죠. 하계훈련에 와서는 '고비를 잘 넘겨보자' '후반기는 잘 되겠지' 이런 것을 적었어요. 프로 데뷔전이 끝난 뒤에는 '이제 시작이다. 난 나를 믿는다!' 이렇게 적었고요. 오그라들죠? 그래도 이런 얘기를 써야 동기부여가 돼요. 어차피 저 혼자 보는거니까요."
축구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무척이나 진지하던 조영욱, 어색한지 한 마디 툭 던진다. "와, 저 진짜 많이 자제했어요. 까불거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거든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 '멘붕'까지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약관의 청년. 그의 진짜 프로 인생이 이제 막 시작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