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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가동된 대한축구협회의 새 수뇌부는 신태용 A대표팀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일찌감치 계획을 세웠다. 협회의 A매치 주선과 외국인 감독 물색을 맡고 있는 '캄(KAM) 스포츠'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전부터 새 감독을 물밑 접촉 중이다.
사실 협회의 전 수뇌부들은 지난해 7월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의 선임을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까지 2년 사이 굵직한 국제대회를 연속으로 치렀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신 감독이 조별리그는 잘 치르지만 정작 토너먼트의 첫 관문에서 주저앉으면서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전 수뇌부들의 평가였다.
그러나 신 감독 선임 당시 후보에 올릴 국내 사령탑이 보이지 않았다. A감독은 현장에서 멀어진 지 시간이 꽤 흘렀다는 평가 때문에 후보에서 탈락했다. 복수의 K리그 감독들에게도 제안을 넣었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적합한 후보가 한 명 있긴 했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한 협회는 다른 대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대안이 A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고 현장감이 살아있는 신 감독 뿐이었다.
결국 협회는 신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신 감독의 역할은 '소방수'였다. 당시에는 신 감독의 옆에서 직접적으로 조언해줄 수 있는 관계자가 있었다.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 하비에르 미냐뇨 피지컬 코치, 가르시아 에르난데스 전력분석관 코치 영입은 이 관계자의 복안이었다. 러시아월드컵 호성적을 위해 신 감독과 소통했다. 그러나 갑자기 '히딩크 광풍'이 불더니 말도 안되는 여론에 휩싸여 이 관계자가 협회를 떠나게 되면서 신 감독은 든든한 조력자를 잃었다.
그래도 신 감독은 꿋꿋했다. 한국이 같은 조에 편성된 상대국에 무시를 당할 때도 '마이웨이'를 외쳤다.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와의 2차전 결과가 아쉬웠지만 끝은 '환희'로 물들었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두 골이나 넣었다. '젊은 여우'가 '늙은 여우' 요하임 뢰브를 누른 순간이었다. 신 감독은 할 건 다했지만 멕시코가 스웨덴에 패하면서 안타깝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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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그러면서 협회는 1년 만에 다시 외국인 감독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단 '슈틸리케 케이스'를 잊으면 안된다. 아무런 국제대회 성과가 없는, 그야말로 무능하고 협회의 요구사항만 잘 따르는 '예스맨' 감독은 한국축구를 퇴보시킬 뿐이었다. 명장을 데려와야 선수들도 그만큼 존경심을 가지고 따르게 된다.
냉정하게 따지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참사 이후 슈틸리케 전 감독이 맡은 2년8개월 동안 한국축구는 세계축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그 바통을 신 감독이 이어받았다. 주어진 시간은 1년에 불과했다. 게다가 월드컵을 앞두고 김민재 김진수 권창훈 등 주축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신 감독은 공격축구의 철학을 내려놓고 전략적으로 '선 수비 후 역습'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꾀'로 거함 독일의 발목을 잡았다. 독일을 80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길로 인도했다.
하지만 협회는 대표팀의 대대적 변화를 택했다. 신 감독과 작별을 할 전망이다. 협회는 외국인 감독 체제로 당장 내년 1월 아랍에미레이트(UAE) 아시안컵부터 길게는 4년 뒤 카타르월드컵까지 바라보고 있다. 카잔(러시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