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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들은 대체적으로 영어 구사력이 떨어진다. 자기계발의 차이라고 한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안되는 건 심각한 수준이다. 영어로 질문하면 러시아어로 대답이 돌아온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개막전이 펼쳐질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옆 AD카드 발급 센터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과 모스크바의 스포르티브나야 기차역 바로 옆 비즈니스 호텔 직원들 뿐만 아니라 휴양도시 겔렌지크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조차 영어를 말하지도, 심지어 알아듣지도 못한다. 휴대폰의 번역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음식을 주문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15일 오전 0시(한국시각) 화려한 장막을 걷어낼 월드컵을 위해 전세계 팬들을 맞이하는 국가인가를 의심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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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모스크바에서 2시간여 떨어져 있는 겔렌지크에선 월드컵이 열리는지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다. 5만여명의 러시아인들이 살지만 아름다운 해변에 수영을 즐길 뿐 월드컵 이벤트를 전혀 하지 않는다. 스웨덴과 아이슬란드가 월드컵 베이스캠프로 선정한 겔렌지크에선 훈련장 옆에 마련된 미디어센터를 가야지 그나마 월드컵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영어도 잘하지 못하고 월드컵에도 큰 관심이 없는 러시아인들이 아시아인들을 볼 때마다 한 마디씩 건네는 단어가 있다. 낯익은 이름이다. "김정은." 이어 "꼬레아(코리아)?"라고 덧붙인다. "우린 한국(South Korea) 사람"이라고 대답해도 러시아인들은 "김정은, 굿"이라며 엄지를 세웠다.
현재 러시아에서 인기만점은 '월드컵'이 아닌 '김정은'이다. 겔렌지크(러시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