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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독주? 울산이 대안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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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전북의 독주를 견제할 팀, K리그 리딩구단으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스포츠의 매력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불가측성에 있다. K리그를 위해서도 전북이 독주하는 구도는 좋지 않다. 경쟁자, 대항마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울산이 대안이 돼야 한다."
홍보 마케팅 전문가인 김 단장이 부임 후 가장 집중해온 부분은 '팬'이다. "우리는 프로다. 프로의 생명은 팬"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역시 "팬"이었다. 김 단장은 "특히 어린이 팬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축구 보는' 세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 3월부터 울산광역시교육청, 현대오일뱅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 축구사랑나눔재단과 손잡고 '반갑다 축구야' 캠페인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홈경기 전날이면 삼산동, 성남동 등 번화가에 울산 마스코트 호랑이탈을 쓰고 길거리 홍보에 나선다. 김 단장은 "울산시민 120만 명 중 20만 명이 1년에 한번씩만 오면 목표관중 1만 명을 채울 수 있다"고 했다. "그냥 지나치는 시민도 많다. 거리에서 만나는 이들 중 한 사람도 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가 매주 거리에 나서는 이유는 한 사람의 팬이 얼마나 소중한지 몸소 배우기 때문이다. 욕하는 단 1명의 팬도 구단 입장에선 너무너무 소중하다"고 말했다.
'동해안 라이벌' 포항의 관중 증가도 예의주시했다. "1년 넘게 최순호 포항 감독이 조기축구회를 찾아 '최순호를 이겨라' 이벤트를 하고 있다. 라이벌팀이지만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우리 김도훈 감독도 적극적이다. 한달에 2번씩 '김도훈과 놀자' 등 지역 생활축구인들과의 밀착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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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노래하던 그가 문득 '아픈' 이야기를 꺼냈다. "모기업 현대중공업이 어려운 시기다. 나는 1994년 입사 이후 2014년 임원이 될 때까지 20년간 행복했다. 국위선양하는 세계 최고 기업에서 일하는 자부심도 강했다. 최근 모기업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조 단위 손실도 보면서 노조에서 축구단을 '돈 먹는 하마' 식으로 언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현대중공업 산하에 맨유나 레알마드리드 같은 축구단이 있다면 '해체' 이야기를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축구단은 회사가 힘든 때일수록 필요하다. 그라운드에서 스트레스를 푼다. 구성원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통로가 된다. 우리가 국민들과 직원들에게 더 사랑받는 구단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됐다"고 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13번이나 완주했다는 '철인' 김 단장은 요즘도 일주일에 50㎞를 달린다. 달리는 내내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사랑받는 축구를 할까, 어떻게 하면 단 1명의 팬이라도 더 오게 할까 궁리한다.
김 단장은 5월 5일 어린이날,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미소 지었다. 1만2701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슈퍼매치' 서울-수원전(2만9617명)을 제외하고 최다 관중이었다. "구단 직원들이 발로 뛴 결과"라며 감사를 표했다. "우리는 홈경기 때마다 가족 관중을 위한 5시간 페스티벌을 기획한다. 게이트 오픈 후 2시간 '버스킹' 등 축제를 즐기고, 2시간 축구 보고, 경기 후엔 수훈선수들과 '1시간 뒤풀이'를 즐긴다. 일반 팬의 관점에서 더 재미있는 것은 없을까 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평균 8000명의 관중을 일단 1만 명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1차 목표다. "2~3년 내에 평균관중 1만 명, 입장료 수입 20억 원이 목표다. 전북처럼 관중석을 가린 통천을 시원하게 걷어내고 싶다. 그 공간이 우리 울산 팬들의 푸른 물결로 가득 찰 날을 꿈꾼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