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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하늘의 정용환은 '부처님 미소'를 지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5-22 17:25 | 최종수정 2018-05-22 21:04




22일 부산 화명생태공원에서 고 정용환을 추모하는 꿈나무 축구대회가 열렸다. 정용환 꿈나무 장학회는 이날 대회를 마친 뒤 17명의 꿈나무에게 장학금도 전달했다. 사진제공=정용환 꿈나무 장학회

온누리에 자비가 울려퍼진 부처님 오신날, 축구로 하늘과 땅을 자비롭게 만든 이들이 있다.

'정용환 축구꿈나무 장학회' 회원들이다. 부산 출신, 한국축구 레전드로 2015년 5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정용환 전 부산시축구협회 기술이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회원 200여명은 엘리트 축구와는 관련이 없다. 부산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른바 '짜장면집 사장님'들이 대부분이다. 처음에 중식당 회원들끼리 동호인 축구대회를 하다가 지난 2003년 우연히 고 정용환 이사로부터 즉석 축구교실 가르침을 받은 게 인연이 됐다. 이때 연결고리를 한 이가 모임을 이끄는 송춘열 회장(57)이다. 지인의 소개로 정 이사를 알고 있던 송 회장이 "한 번 놀러오시라" 한 게 시작이었다.

'동네축구' 동호인들에게도 땀을 뻘뻘 흘리며 지도했던 정 이사의 정성에 감동한 회원들은 자체적으로 '정용환 후원회'를 결성하며 열성팬들이 됐다. 그렇게 시작된 10년 우정이 한층 굳어질 즈음 불의의 지병으로 홀연히 떠나버리자 남은 이들은 '정용환 축구꿈나무 장학회'로 모임을 발전시켰다.

축구스타 출신인 데도 '양지'를 추구하기보다 '음지'에서 묵묵히 꿈나무 육성에 열정을 바쳐온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송 회장은 "후원회 시절부터 회원들끼리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봉사활동을 했다. 그냥 모여서 공차고 친목만 다질 게 아니라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 데 고인께서도 무척 좋아하셨다"고 회고했다.

후원회때부터 꿈나무를 발굴해 장학금을 전달해오던 정용환 장학회는 아예 대회도 신설했다. 이번에 2회를 맞은 '정용환배 꿈나무 축구대회'다. 고인의 뜻과 숭고한 정신을 받들어 꿈나무 인재육성 , 축구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고 정용환이 1990년 남북통일축구 당시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하던 모습.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2일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 잔디구장에는 16개팀, 무려 500여명의 축구 꿈나무-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산 지역 각구를 대표한 순수 클럽팀 어린이들이 '제2의 정용환'을 꿈꾸며 마음껏 달렸다. 서울 등 중부지방은 잔뜩 찌푸린 뒤 비가 내렸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부산은 이달 들어 가장 쾌청한 날씨였다.


이어 장학금 전달식도 열렸다. 대회 참가 16개팀에 고인의 모교(기장 칠암초등학교) 선수 1명을 더해 총 17명의 꿈나무에게 격려금이 전달됐다. 지난해 처음 시작됐지만 출전팀이 4개 늘어나는 등 대회의 위상도 높아졌다. 짜장면집 사장님들의 뜻깊은 취지가 주변을 감동시켜 나갔기 때문이다.

정정복 부산시축구협회 회장과 최만희 부산 아이파크 대표이사가 참가해 훈훈한 인정을 공유했다. 부산시축구협회의 경기구, 부산 아이파크의 기념 사인공, 부산진구 미래여성병원의 의료지원 등 후원의 손길도 잇달았다.


정용환 꿈나무 장학회의 송춘열 회장(왼쪽)이 이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과 최우수상(정용환상) 선수를 시상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용환 꿈나무 장학회


이날의 하이라이트 짜장면-탕수육 파티도 빼놓을 수 없었다. 회원의 90%가 중식당 사장님이니 상상만 해도 얼마나 성대하게 펼쳐졌는지 알 수 있다. 회원들 각자 실력 발휘로 내놓은 짜장면과 탕수육이 600인분에 달했다. 가장 있기있는 외식 먹거리 '짜-탕'을 배터지게 접한 어린이들에겐 축구만큼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늘에서 이 광경을 바라봤을 고 정 이사도 '부처님 미소'를 지었을 게 분명한 하루였다.

송 회장은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는 멈춤이 없을 것이다. 언젠가 '정용환 기념관'을 짓는 게 우리 장학회의 목표이자 소망"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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