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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월드컵 생각만 하는 손흥민, 4년 전 아픔 씻을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5-16 06:00


손흥민(토트넘)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아디다스 더 베이스 서울 풋살장에서 후원 연장 계약 체결 및 월드컵 진출 소감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흥민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5.15/

4년 전, 손흥민(토트넘)에게 첫번째 월드컵은 아픔이었다. 등번호 9번을 달고 나섰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 결과는 1무2패,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손흥민이 맛본 첫번째 좌절이었다. 누구보다 기대가 컸고 자신감이 넘쳤기에 상처는 더 컸다. 손흥민은 벨기에와의 최종전이 끝난 후 그라운드에 누워 펑펑 울었다.

4년 뒤, 손흥민은 더욱 커졌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에이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떠올랐다. 올 시즌 EPL에서 12골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 순위 톱10에 진입했다. 시즌 종료의 달콤함은 없다. 손흥민의 시선은 자신의 두번째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한국은 최약체다. 그만큼 잘 준비해야 한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아디다스 더 베이스 서울풋살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번 월드컵에 대한 손흥민의 속내였다. 첫번째 월드컵이 기대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면, 두번째 월드컵은 걱정이 앞선다. 꿈에서도 상대팀을 만날 정도다. "잠자리에 들면 가끔 스웨덴전을 상상한다. 스웨덴이 첫 경기인만큼 좋은 결과 가져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계적인 선수가 된만큼 아는 얼굴도 많아졌다. 토트넘 동료들도, 과거 분데스리가에서 뛸때 함께 했던 독일 선수들도 월드컵에서 만날 수 있다. "토트넘 선수들이 있는 팀들은 강팀인만큼 피하고 싶다. 토트넘 선수들끼리 마지막 경기를 끝나고 '러시아서 보자'고 했다. 우리가 잘해야 만날 수 있다. 독일 선수들도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큰 무대에서 독일을 만나는게 꿈이었다. 더 잘 준비하고 싶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은 우리보다 한수위다. 하지만 넘지 못할 벽은 없다. 손흥민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다른 팀 보다 실력이 안좋으면 더 뛰면 된다. 축구는 11명이, 두발로 한다. 물론 퀄리티의 차이는 있다. 이를 멘탈적으로, 피지컬적으로 어떻게 넘느냐가 중요하다. 팀으로 뭉치고, 많이 뛴다면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12명처럼 뛰어버리면 우리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다."


손흥민(토트넘)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아디다스 더 베이스 서울 풋살장에서 후원 연장 계약 체결 및 월드컵 진출 소감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흥민이 러시아월드컵 공식 경기구로 리프팅을 선보이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5.15/
개인적인 욕심은 모두 버렸다. 머릿 속에는 오로지 '한국'이라는 팀 뿐이다. "내가 특별한 것보다 팀이 특별했으면 좋겠다. 내가 에이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부담되지 않는다. 내 존재로 인해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누가 우승할지에 대해 관심 없다. 한국이 우승했으면 좋겠지만, 이것은 꿈이다. 그냥 러시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몸상태는 썩 좋지 않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다보니 발목이 정상이 아니다. 마지막 6주는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하지만 이 정도 부상으로 손흥민의 간절함을 막을 수 없다. "이제부터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망신 당할 수도 있다. 브라질에서 안좋은 결과를 가져와서 창피했다. 그것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하면 충분히 그룹만 통과해도 자랑스러울 것이다. 선수들이 잘 해줬으면 좋겠다. 월드컵에 대한 꿈이 간절하기에 준비하는 시간부터 모든 것을 걸겠다."


그는 팬들에게 응원을 당부했다. "많은 팬들이 걱정하는만큼 선수들도 걱정이 있다. 많은 팬들이 기대하는만큼 보여주려고 한다.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르다. 선수들도 노력하고 있다. 많은 팬들의 응원이 필요할때다. 결과가 안좋았을때 비난을 알고 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힘들겠지만 조금 더 힘을 주시면 대한민국을 위해 이 한몸 바칠 준비가 돼 있다. 응원 부탁 드린다.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손흥민의 별명은 스마일보이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기억되는 손흥민의 모습은 미소 보다는 눈물이다. "나는 웃는 것을 좋아한다. 당연히 눈물을 보이는게 창피하다. 많은 국민들에게 더 웃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대한민국 팬들도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결과를 내고 싶다." 그는 과연 이번 월드컵에서 웃을 수 있을까.


박찬준, 선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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