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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Live]"코리아, 어그레시브" 亞최강 호주 꽁꽁 묶은 윤덕여호 질식수비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08 17:52 | 최종수정 2018-04-09 00:41


조소현 사진출처=AFC

사진출처=AFC

사진출처=AFC

"코리아, 어그레시브(Korea, aggressive.)"

8일(한국시각) 요르단 암만 킹압둘라Ⅱ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8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 B조 1차전 한국을 상대로 0대0 무승부를 기록한 호주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앨런 스테치치 호주 감독도, 에밀리 반 에그몬드(10번)도 이구동성 "한국이 정말 어그레시브(aggressive, 저돌적)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이날 FIFA랭킹 6위, 지난해 최강 미국을 1대0으로 꺾었던 '아시아 최강' 호주를 상대로 몸 던지는 투혼, 끈질긴 수비로 맞섰다. 한국의 호주전 역대 전적은 2승1무12패, 최근 4연패, 아시안컵 4전4패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패배를 예견한 상황, 2010년 피스퀸컵 결승전 2대1 승리 이후 8년간 한번도 이긴 적 없는 호주를 치밀하게 연구했다. 혹자는 '슈팅 부재'를 지적하지만 승점이 절대적인 토너먼트에서 강팀을 상대로 약팀이 할 수 있는 지지 않는 전술로 선수비, 후역습을 준비했다.

'전설의 국대 수비수' 출신의 윤 감독은 극강의 맨투맨 수비전술을 치열하게 준비했다. 11명의 호주선수 영상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선수 개인별 수비 미션을 부여했다. 2012년 12월 여자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후 호주를 상대로 전패했다. 늘 한방씩 허용했던 호주의 날선 세트피스는 뼈아팠다. 세트피스 수비 훈련을 지난 3주간 매일 밥먹듯이 해왔다. '순둥이' 윤 감독은 작정하고 불호령을 내렸다. 선수들은 실전처럼 튀어올라 머리가 깨질듯이 부딪치고, 치열한 몸싸움으로 호주전을 대비했다.
지소연 사진출처=AFC
지난해 11경기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호주가 휘슬과 함께 몸을 던지는, 한국의 저돌적인 수비에 당황했다. 압도적인 피지컬도,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패스도, 화려한 개인기와 스피드도, 매경기 터지던 세트피스도 무용지물이었다. 첫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망연자실했다. 호주를 상대로 목표했던 승점 1점을 획득한 태극낭자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표했다.

요르단여자아시안컵은 2019년 프랑스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대회다. 아시아 8개국이 A-B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후 각조 1-2위가 준결승, 결승에 나선다. A조는 개최국 요르단(FIIFA랭킹 51위), 중국(17위), 태국(30위), 필리핀(72위), B조는 한국(16위), 일본(11위), 호주(6위), 베트남(35위)으로 편성됐다. 아시아 강호들이 집중된 B조는 죽음의 조다. 5위 내에 들면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되지만, 자존심을 건 축구전쟁에서 4강 이상을 목표 삼았다. 호주, 일본을 상대로 최소 1승1무 이상의 성적을 목표 삼았다. 베트남전 이전에 4강행, 월드컵 2회 연속 진출을 조기확정 짓겠다는 각오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일본(10일 밤 10시45분), 베트남(13일 밤 10시45분)과의 조별예선 2-3차전을 앞두고 호주전 승점은 큰 의미다.

호주전 후 기자회견에서 윤 감독은 "목표했던 승점을 얻게돼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무실점을 칭찬해주고 싶다. 상대가 강한 세트피스를 훈련에서 준비한 만큼 실전에서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해 4월 7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기적같은 무승부를 기록하며 요르단아시안컵 예선 조1위에 올랐던 기억을 떠올렸다. "오늘이 지난해 4월 7일 북한과 경기한 지 정확히 1년 되는 날이다. 1대1로 비겼다. 그날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고 했다.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나와 우리 선수들은 강한 정신력이 뒷받침돼 있다. 오늘 호주처럼 강한 팀과의 경기에서 승점을 가져왔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서도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스테치치 감독 역시 한국의 몸사리지 않는 수비전술로 인해 호주의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부분을 언급했다. "토너먼트 첫 경기라 어려웠다. 선수들이 긴장했고 매우 힘든 경기였다. 한국이 초반부터 매우 어그레시브하게 나왔다. 상대가 수비를 깊게 내려섰고,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호주는 점유율, 슈팅수에서 한국을 압도했지만 철벽수비에 막혀 제대로 된 골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호주가 잡은 가장 결정적이고 유일한 찬스는 후반 44분, 사이먼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나온 장면뿐이었다. 스테치치 감독은 "한국은 수비를 깊숙이 내려 승점 1점을 따겠다는 명백한 작전을 가지고 나왔다. 카운트어택으로 1골을 노렸다"고 봤다. "결국 우리의 문제다. 더 영리하게 기술적으로 충분한 찬스를 만들어야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한국전 무승부 이유를 묻는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스테치치 감독은 "한국은 하이레벨의 아주 훌륭한 팀이다. 지소연 등 판타스틱한 선수도 많다. 훌륭한 팀과 비겼으니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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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호주전 직전 지소연의 A매치 100경기를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이 열렸다. 암만 그라운드에 "지소연!"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2006년 10월 피스퀸컵 캐나다전을 통해 15세 8개월에 '최연소'로 A매치에 데뷔한 지 11년6개월만에 A매치 100경기 위업을 이뤘다.'아시안컵 단장'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협회를 대표해 직접 제작한 기념 피규어 트로피를 증정했다. 그녀의 재능을 누구보다 아끼는 윤덕여 감독이 100경기 기념 유니폼을 선물했다. "지소연!"을 연호한 후 그라운드에 들어선 태극낭자들은 강호 호주를 상대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투혼의 무승부 후 윤 감독은 "지소연의 100경기가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컸다. 그 마음이 통했다. (지소연의 센추리클럽은) 오늘 경기에서 우리 팀이 더욱 결집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했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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