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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데얀' 등장, 콧수염 자른 인천 무고사 말컹만큼 물건이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4-08 17:02 | 최종수정 2018-04-09 00:41


인천 무고사가 10일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 전반 25분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마치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았다. 멋진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인천의 새 외인 공격수 스테판 무고사(26)는 어릴 때부터 상대 선수들에게 강인하게 보이기 위해 콧수염을 길렀다.

강렬한 겉모습만큼이나 기량도 출중했다. 무고사는 지난 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K리그1 4라운드 홈 경기(2대2 무)에서 멀티 골을 쏘아 올렸다. 세 경기 연속 골. 지난 3일 강원과의 K리그 개막전에서 첫 골을 신고한 무고사는 '절대 1강' 전북을 상대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상승세를 타던 중 사후징계로 두 경기에 결장했지만 복귀 무대에서 곧바로 골을 터뜨렸다.

세 경기 동안의 강인한 인상은 포기했다. 무고사는 이날 콧수염을 말끔히 깎고 나타났다. 무고사는 "별 의미는 없고 어려보이고 싶어 깎아봤다"며 웃었다.

무고사는 이번 시즌 K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말컹(경남)만큼이나 '물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3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말컹(4경기 6골)이 단독 질주하던 K리그 득점왕 경쟁에 불을 지폈다.

사실 무고사는 K리그 무대를 밟지 못할 뻔했다. 중앙수비수 부노자만 남기고 나머지 세 명의 외국인 공격수 교체를 단행한 이기형 인천 감독은 비 시즌 기간 무고사 대신 다른 외인 스트라이커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영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이 감독은 개막을 한 달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무고사에게 러브콜을 보내 외인 쿼터를 채웠다.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K리그 1 2018 5라운드 경기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수원 데얀이 교체아웃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한국축구를 처음 접하게 된 무고사는 K리그에 잔뼈가 굵은 스타에게 연락을 취해 정보를 얻었다. 바로 FC서울에서 수원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데얀(37)이었다. 무고사는 데얀과 몬테네그로대표팀에서 2014~2015년 한솥밥을 먹었다. 무고사는 "사실 데얀이 뛰고 있던 K리그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데얀에게 K리그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당시 데얀은 'K리그는 터프하고 빠르고 수비수들이 거칠다'고 조언했다"며 "데얀이 추천한 영상도 보면서 빨리 K리그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데얀처럼 K리그에 한 획을 긋는 외인이 되고 싶어하는 무고사는 몬테네그로에서 촉망받는 스트라이커다. 몬테네그로 연령별 대표를 거친 무고사는 지난달 28일 터키와의 친선경기에서 1-2로 뒤진 후반 22분 교체투입돼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을 패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인생은 롤러코스터였다. 2009년 몬테네그로의 부두츠노스트 포드고리차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무고사는 믈라도스트 포드리고차를 거쳐 지난 2014년 부푼 마음을 안고 독일 2부 리그 카이저슬라우테른으로 이적했지만 주전경쟁에서 밀려 임대로 떠돌았다. 빅리그 도전에 실패한 무고사는 지난해 몰도바리그의 셰리프티라스폴로 둥지를 옮겨 6개월간 뛰었다. 리그 수준은 떨어지지만 셰리프티라스폴로가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 출전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무고사는 셰리프티라스폴로와 계약이 2020년 여름까지 돼 있었지만 해외구단 오퍼시 저렴한 이적료로 옮길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인천으로 건너올 수 있었다. 그리고 K리그는 무고사에게 부활의 장이 되고 있다.

'제2의 데얀'의 등장에 인천이 활짝 웃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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