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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았다. 멋진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인천의 새 외인 공격수 스테판 무고사(26)는 어릴 때부터 상대 선수들에게 강인하게 보이기 위해 콧수염을 길렀다.
무고사는 이번 시즌 K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말컹(경남)만큼이나 '물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3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말컹(4경기 6골)이 단독 질주하던 K리그 득점왕 경쟁에 불을 지폈다.
사실 무고사는 K리그 무대를 밟지 못할 뻔했다. 중앙수비수 부노자만 남기고 나머지 세 명의 외국인 공격수 교체를 단행한 이기형 인천 감독은 비 시즌 기간 무고사 대신 다른 외인 스트라이커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영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이 감독은 개막을 한 달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무고사에게 러브콜을 보내 외인 쿼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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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처럼 K리그에 한 획을 긋는 외인이 되고 싶어하는 무고사는 몬테네그로에서 촉망받는 스트라이커다. 몬테네그로 연령별 대표를 거친 무고사는 지난달 28일 터키와의 친선경기에서 1-2로 뒤진 후반 22분 교체투입돼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을 패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인생은 롤러코스터였다. 2009년 몬테네그로의 부두츠노스트 포드고리차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무고사는 믈라도스트 포드리고차를 거쳐 지난 2014년 부푼 마음을 안고 독일 2부 리그 카이저슬라우테른으로 이적했지만 주전경쟁에서 밀려 임대로 떠돌았다. 빅리그 도전에 실패한 무고사는 지난해 몰도바리그의 셰리프티라스폴로 둥지를 옮겨 6개월간 뛰었다. 리그 수준은 떨어지지만 셰리프티라스폴로가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 출전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무고사는 셰리프티라스폴로와 계약이 2020년 여름까지 돼 있었지만 해외구단 오퍼시 저렴한 이적료로 옮길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인천으로 건너올 수 있었다. 그리고 K리그는 무고사에게 부활의 장이 되고 있다.
'제2의 데얀'의 등장에 인천이 활짝 웃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