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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북한에서 그렇게 해냈는데, 여기서 무너질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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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활약을 이어가던 2015년 지소연의 친정팀인 고베 아이낙에서 첫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첫 시련도 함께 겪었다. 낯선 땅에서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이금민, 이소담, 김혜영 등 절친 동기들이 첫 캐나다월드컵 무대를 밟는 모습을 일본에서 TV로 지켜봤다. "당시 일본 경기를 많이 봤다. 일본은 우승 경험 때문인지 예선 통과하고 올라가는 것을 당연시하더라. 우리는 예선통과까지 매경기가 절실했다. 응원하면서 차이가 느껴서 마음도 아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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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에서는 공격수, 대표팀에서는 수비수다. 윤 감독은 현대축구의 핵심인 전문 풀백에 대한 고민속에 다재다능한 장슬기를 믿고 쓴다. 지난해 키프로스컵 이후 체력과 담력, 기술을 두루 갖춘 장슬기를 수비수로 활용해왔다.
장슬기는 어느 포지션에서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다. "예전에는 수비수로 대표팀에 오는 게 스트레스일 때도 있었다. 내 자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마음을 내려놓고 어느 자리든 경쟁하자, 어디서든 열심히 하자로 마음을 바꾼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게 풀백이라는 자리가 주어졌고 모든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금은 대표팀에 들어오면 공격수라는 생각을 접고 '나는 수비다'라고 마음을 다 잡는다"고 했다. "풀백으로서 공격적인 면은 좋고, 수비적으로도 나름 괜찮다 생각한다"며 웃었다. 8일 새벽 2시 첫경기 호주전, 수비수로서 무실점 각오는 절실하다. "호주전은 정말 실점 안하고 싶다. 대표팀에서는 수비수인 만큼 공격수들이 편안하게 공격하도록 더 열심히 더 잘 받쳐주고 싶다. 수비라인이 빛을 못 발하지만 우리가 좋은 선수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절친 선배 지소연이 '머리 깨질 각오로 뛰겠다'고 했다고 하자 장슬기가 "언니가 깨질 각오면 저는 깨져야죠. 머리 깨져도 뛰어야죠"했다. "프랑스월드컵으로 가는 길이 너무 힘들다. 작년 북한전도 그랬다. 그러나 이 힘든 경험들이 쌓여서 프랑스월드컵 가게 된다면 4년전 캐나다월드컵(16강)보다 더 높이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북한전 골은 그녀의 '인생골'이다. 당찬 후배의 인터뷰를 먼발치서 지켜보던 지소연이 "우리중에 평양에서 골 넣은 선수가 누가 있어? 우리가 여기 온 건 다 슬기 덕분!"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슬기가 "그 골은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골이다. 평생 잊지 못할 '인생골'"이라며 매력만점 보조개 미소를 발사했다.
시련을 스스로 뛰어넘어 길을 연 스물넷, 장슬기의 첫 아시안컵, 첫 월드컵 각오는 간절하고 비장했다. "북한에서 그렇게 해냈는데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 5위까지 월드컵을 가지만, 5위로 가는 것과 좋은 성적으로 가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꼭 잘해내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