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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반전' 제주, '캡틴' 권순형이 살아야 더 강해진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3-27 05:2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캡틴' 권순형(32)이 제주 '반등의 열쇠'다.

제주는 지난 18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8년 K리그1(1부 리그) 3라운드에서 1대0 신승을 거두며 A매치 휴식기에 돌입했다.

제주는 울산전 승리 전까지 매우 흔들렸다.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3, 4차전에서 각각 3대5, 0대2 완패를 당했다. K리그1에서도 부진했다. 1라운드 서울전에서 0대0으로 비긴 뒤 2라운드 경남전에선 0대2로 쓴 잔을 마셨다. 지난 시즌 1부 리그 준우승팀의 위엄은 온데 간데 없었다.

어렵사리 울산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 반전엔 성공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제주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팀의 주장 권순형이 살아나야 한다. 베테랑 미드필더 권순형은 올 시즌, 오반석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 경험, 기량, 인성 등 모든 조건에서 완벽한 권순형은 주장 완장을 찰 최적임자였다.

그러나 심적 부담이 컸다. 팀이 시즌 초반부터 흔들렸다. 결과는 물론, 경기력도 부진했다. 울산전 승리 전까지 난항이 계속되자 선수들 어깨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권순형이 느끼는 중압감은 더 컸다. "내가 주장을 맡은 뒤 팀이 흔들리니까…. 내가 주장으로서 부족한 탓인 것 같다." 권순형은 자책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그렇지 않아도 무거워진 권순형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있었다. 양 발바닥에 생긴 족저근막염. 족저근막은 발뒤꿈치뼈에서 발바닥 앞쪽까지 이어지는 근섬유띠다.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발을 들어 올릴 수 있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즉, 권순형은 이 족저근막에 염증을 안고 있는 상태로 발바닥을 바닥에 딛는 모든 순간 통증을 느낀다. 권순형은 "지난 시즌 후반부터 통증이 있었다. 겨울 지나면서 조금 나아지겠거니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부담감과 통증 때문에 100%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보니 특유의 정밀한 중원 연계 플레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더 투박하다. 동료들과의 사인이 어긋나는 경우도 있었다. 권순형은 팀이 승리를 거뒀던 울산전 후반 11분 류승우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총 56분에 그친 권순형의 플레이 타임. 2014년 3월 대전과의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 3라운드(권순형 46분 출전) 이후 가장 짧은 선발 출전 시간이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체력 안배도 고려했고, 경기력 면에서도 (권순형이) 더 해줬어야 했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권순형은 대체 불가의 선수다. 조 감독은 "권순형은 뛰어난 기량과 경험을 갖춘 선수다. 지금은 팀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선수 본인도 주장으로서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모든 건 결과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며 "권순형이 없을 때 이창민 류승우를 내리거나 이찬동 이동수 같은 선수들이 그 위치에 설 순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건 권순형이 본인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이창민 류승우는 공격, 이찬동 이동수는 수비에 강점을 보인다. 권순형은 이들 사이에 균형을 잡는 무게추다.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도 갖췄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부상과 부담. 결국 권순형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권순형은 "프로 선수가 된 후 처음으로 맡은 정식 주장이다. 팀이 나를 믿어주는 만큼 빨리 올라서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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