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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에스트로' 최영준 "아내의 완쾌가 제 꿈입니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3-26 05:23



"아내가 완쾌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제 꿈이에요."

3라운드까지 치러진 2018년 K리그1. 가장 돋보이는 팀은 단연 경남이다. 올 시즌 승격하자마자 3연승을 기록하며 단독 선두 질주를 하고 있다. 3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는 동안 단 2실점만 내줬다. 최다득점-최소실점을 독차지하고 있다. 공수 균형이 탄탄하다는 뜻이다. 미드필더 최영준(27)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김종부 경남 감독과 주장 배기종을 비롯, 팀 사정에 밝은 모든 이들은 경남 독주 비결로 최영준을 꼽는다. 최영준은 경남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마에스트로(명지휘자)'다.

2011년 경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최영준은 2015~2016년 안산에서 군 복무를 한 것을 제외하면 경남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지난 시즌엔 리그 31경기에 나서 3골-1도움을 올리며 팀의 승격에 이바지했다. 유력한 2017년 챌린지(현 K리그2·2부 리그) 베스트 중앙 미드필더 후보였지만 당시 황인범 문기한에게 자리를 내줬다. '유명세'에서 밀렸다는 평가다. 어쨌든 수상을 놓쳤다. 너무나도 아쉬웠던 결과. 최영준은 "그 때 아내와 둘이 수상 소감도 준비하고 그랬는데 너무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올해는 꼭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최영준의 바람은 단연 팀의 K리그1 선전이다. 그는 "선수 전원이 한 마음으로 팀 선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개인적으론 상위 스플릿에 들면서 잔류를 이루면 좋을 것 같은데, 계속 좋은 흐름 이어가면 더 높은 위치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 꿈이 더 있었다. 바로 아내 권가빈씨의 완쾌다. 권씨는 2016년 12월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최초 진단 후 2~3개월 입원을 했고, 지난해 6월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받았다. 최영준은 "20대 젊은 나이였는데 혈관 기형으로 간혹 뇌출혈 증상이 있다고 들었다. 처음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하다보니 아내와 자주 떨어져있다. 걱정 돼서 자주 연락을 하는데 가끔 바로 연락이 닿지 않으면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최영준은 "아내가 이 증상을 처음 느꼈던 그 날이 아직도 떠오른다. 3시간 동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아내가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그래서 떨어져 있더라도 최대한 자주 연락해서 안부를 챙기고 있다. 가끔 집에 같이 있을 땐 내가 모든 것을 다 챙겨주고 싶은데, 아내는 오히려 성화다. '선수가 쉴 땐 푹 쉬어야 한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준다.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 권씨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남편의 경기는 모두 챙겨 본다. 이젠 축구 전문가가 다 됐다. 최영준은 "집에도 감독님이 한 분 더 계신 느낌이다. 내 플레이 장단점 지적은 물론, 가끔 내가 투덜거려도 냉철한 시각으로 바로 잡아준다"라며 "듣고 보면 틀린 말이 없다. 짚어주는 대로 하니 경기도 더 잘 되더라"라며 크게 웃었다.

알콩달콩 지내는 사이 어느덧 아내의 몸상태도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최영준은 "다행히 아내가 잘 이겨내주고 있다. 오는 5월 또 검사를 해봐야 하는데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내가 더 열심히 잘 해서 경남에 힘을 보태면, 그 모습에 아내도 병을 씩씩하게 이겨내지 않을까 싶다. 아내의 완쾌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즌 중인 현재 아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축구 뿐. 하지만 아내는 안다. 묵묵히 흘리는 남편의 땀방울 속에 눈물의 염원이 섞여 있음을….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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