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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는 '생존왕' 다웠다. 시즌 내내 하위권에서 맴돌았지만 마지막 뒷심을 발휘해 리그 9위로 마감했다. 지난 2003년 창단한 인천은 1부와 2부 리그 사이의 담장을 위태롭게 걸어왔지만 승강시스템이 가동된 2013년 이후 단 한 번도 K리그2(2부 리그)로 추락한 적이 없다. 생존본능이 강한 끈질긴 구단이었다.
그래서 구단이 팬을 향해 문을 열었다. 지난 1일 팬 간담회를 열었다. 강 대표가 직접 팬들 앞에 섰다. 구단-서포터스 사이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히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강 대표는 팬들의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이중국적자인 쿠비는 호주 A리그에서 활약이 뛰어나지 않았는데 영입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등 새 시즌을 위해 구성된 선수들에 대한 질문부터 지난 시즌 서포터스가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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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감독 고유권한인 선수 기용에 관여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명백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팀이 부진하고 생존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감독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묘수를 찾는다. 그러나 경기만 생각하다 보면 주위를 돌아볼 시간이 없을 수 있다. 당연히 강 대표는 구단 총 책임자로서 보고를 받을 권리가 있었다. 그리고 코칭스태프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을 대화로 알려줄 수 있었다. 가령 2016년 30경기를 뛴 선수가 2017년 절반도 못 뛴 부분, 네 명의 억대 연봉 선수 가운데 한 명만 정규리그를 소화한 부분 등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독단적 운영이 아닌 이런 것이 바로 구단-코칭스태프간 소통이었다. 각자의 영역은 존중하돼 팀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활발한 대화로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은 자신이 놓쳤던 부분을 바로 잡고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했다.
서포터스가 요구하는 사퇴는 사실 명분이 부족하다. 감독의 경우 성적이 극히 부진하거나 감독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취해지는 극단의 조치다. 그러나 이 감독은 1부 리그 잔류를 이뤄냈다. 분명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열악한 재정 속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이었다. 강 대표이사의 경우도 그렇다. 청탁, 금품수수 등 법을 어겼다든가 구원투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팬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강 대표는 팀을 맡은 지 2개월여 만에 쌓였던 숙제를 어느 정도 풀어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팬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인천은 팬 간담회를 정례화할 예정이다. 팬은 구단 존재의 이유다. 팬 없는 구단은 운영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