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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라트비아 분석]플랜A 강화, 좀 더 창의적이어야 한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2-04 01:18



라트비아전은 터키 전지훈련의 성과를 총점검 하는 무대였다. 본선에서 활용할 플랜A 뿐만 아니라 이번 전지훈련에 합류해 경쟁을 펼쳐온 선수들의 활약상을 점검하고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선발 라인업부터 내용, 결과 모두 앞선 두 경기보다 무게감이 있는 승부였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플랜A인 4-4-2 포메이션으로 라트비아를 상대했다. 김신욱(전북 현대) 이근호(강원FC)를 투톱으로 놓고 이승기 이재성(이상 전북 현대)을 좌우 측면 미드필더, 중앙에는 정우영(고베) 이찬동(제주)을 세웠다. 포백라인에는 김진수 김민재(이상 전북 현대) 정승현(사간도스) 고요한(FC서울), 골문에는 김승규(고베)가 나섰다. 이번 터키 전지훈련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라트비아전 선봉에 섰다.

라트비아는 이번 한국전을 위해 급조된 팀이다. 명단에 오른 20명 중 절반이 첫 대표팀 발탁이었다. 두 자릿수 이상 A매치 출전 경험을 가진 선수도 4명에 불과했다. 굳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131위·한국 59위)을 거론하지 않아도 열흘 간 호흡을 맞춘 신태용호에 비해선 한 수 아래의 상대였다.


'콤비네이션'과 '공간파괴'라는 신태용표 4-4-2 공격패턴은 그대로 이어졌다. 정우영이 패스 줄기 역할을 하고 이재성이 2대1 패스 내지 돌파로 상대 수비수를 교란시키는 모습, 수비 뒷공간으로 이어지는 패스 모두 그대로 이어졌다.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하는 크로스 패턴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연마해 온 공격전략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이었지만 뒤집어보면 '창의성'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 만했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유럽파가 가세하면서 어느 정도 변화할 지를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문전 적극성은 아쉬움을 남겼다. 공간을 파고들며 페널티에어리어 안까지 볼을 전개시켜놓고도 뒤로 물러서는 패스가 나오면서 슈팅 타이밍을 살리지 못했다. 본선에서 만날 스웨덴, 멕시코, 독일 모두 전력 면에서 신태용호보다 우위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찬스 상황에서 과감하게 결정을 지어주는 모습도 요구되는게 사실이다. 지나친 신중함은 되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김신욱은 라트비아전에서도 골폭죽을 터뜨리며 신태용 A대표팀 감독에게 완벽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전반 33분 라트비아진영 왼쪽에서 소속팀 동료 이승기가 올려준 오른발 코너킥을 문전 왼쪽에서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골문을 등진 상황에서 볼에 절묘하게 머리를 갖다대면서 방향을 바꿨고, 미처 예측하지 못한 골키퍼의 손을 완벽하게 피했다. A매치 4경기 연속골(6골)을 터뜨린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이재성은 이날 경기에서도 종횡무진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패스 플레이 뿐만 아니라 침투, 슈팅 능력까지 다재다능함을 선보였다. 김신욱의 헤딩골을 도운 이승기나 중원에서 패스 줄기 역할을 한 정우영 역시 활약상은 무난했다.


라트비아의 공격은 무뎠다. 신 감독이 변화를 준 수비라인에서의 개개인 활약상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후반전 이따금 시도된 라트비아의 공격 상황에서 자메이카전과 마찬가지로 순간적으로 공간을 허용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자메이카전에 이어 다시금 골문을 지킨 김승규는 조현우(대구FC)가 주도해 온 안방마님 경쟁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으면서 경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데 의미를 둘 만했다.


시종일관 승부를 주도했던 경기, 1골이라는 성과는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본선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고, 실험 속에서 분위기를 유지하고 틀을 지킨 부분은 의미를 둘 만하다. 3경기를 치르면서 드러난 성적표를 냉정하게 점검하고 본선으로 나아가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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