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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을 줬더니, 대승이 오네요."
지난 30일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에서 베트남의 탄호아를 5대1로 대파하면서 ACL 본선 리그에 진출했다.
2주일의 ?은 전지훈련 준비 기간, 선수단 구성이 대폭 바뀐 것에 비하면 기대 이상의 출발이다. 서정원 감독과 선수단은 1일 경남 남해로 기분좋게 2차 전지훈련을 떠났다.
선수단만 기분좋은 게 아니다. 이들을 배웅한 수원 구단 프런트는 선수들이 모르는 뿌듯함으로 기쁨 두 배였다. 구단 직원들은 이번 탄호아전을 준비하면서 보이지 않는 '생고생'을 했다.
홈경기 구단에 미리 알려줘야 할 항공, 숙박 스케줄을 뒤늦게 알려줘 발을 동동 구르게 한 것은 물론이고 선수단 비자도 준비하지 않았다. 한국과 베트남은 관광일 경우 무비자이지만 클럽 대항전 같은 대회에 출전할 경우 별도의 임시 비자를 받아야 한다. 그냥 관광 무비자만 생각하고 출전용 비자가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결국 ACL 출전 경험이 많은 수원 구단이 나섰다. 모든 채널을 가동해 관계기관 등에 협조를 요청해 초급행으로 비자를 받도록 주선했다.
우여곡절 끝에 수원으로 모셔온 뒤 한숨 돌리는 줄 알았다. 한데 이게 웬걸. 순진하기 짝이 없는 탄호아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뒤를 이었다. 마리안 미하일 감독과 선수 2명이 AD카드를 베트남에 두고 왔다. ACL 경기의 필수 지참물인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단다. 수원 직원들이 다시 나섰다. AFC와 한국프로축구연맹를 통해 황급히 도움을 요청한 뒤 임시 AD카드를 발급받아 제공했다.
또 다른 문제는 당시 영하 10도를 밑도는 수원의 한파였다. 추위를 모르고 수원을 방문한 탄호아 선수들은 방한용 언더웨어를 아무도 챙겨오지 않았다. 한 겨울에도 한국의 가을 날씨인 베트남이라 방한 대비책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탄호아 구단 측은 대패를 당한 다음날 베트남으로 떠나면서 수원 구단의 호의에 거듭 감사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수원 관계자는 "예기치도 못한 고생을 했지만 인정을 베푼 만큼 대승으로 보상받았으니 다행이다"면서 "좌충우돌 탄호아를 보면서 참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