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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아(스페인)=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목표에 미달했다. 팬들의 폭풍 비난에 직면했다. 고민했다. 결론을 내렸다. 할 수 있는, 그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황선홍 서울 감독. 그가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칼을 뽑았다.
황 감독의 첫마디였다. 그는 팬들의 비난 한 가운데 있다. 무엇보다도 데얀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데얀은 서울의 최대 라이벌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비난은 거세졌다.
"여러가지로 판단했을 때 그게(데얀 재계약 포기) 맞다고 판단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요. 또 그런 상황이 되어도 똑같은 결정을 할 거에요."
"2017년은 철저하게 실패했어요. 다시 실패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2016년 중간에 팀을 맡았어요. 그리고 리그 우승을 했죠. 이후에 선수들을 파악하는데 급급했어요. 그러다보니 변화를 못 줬죠. 데얀도, 김치우도 모두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에요. 그러다보니 결단을 내려지 못했어요. 변화를 주지 못한거죠. 팀은 멈춰있으면 안되요. 매너리즘에 빠질 때 변화를 줘야해요. 제가 그 변화를 두려워했어요. 제 탓이죠. ACL에 못나간 부분은 미안합니다. 그래도 못나간 것을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그 때 변화를 못 준 것을 이제 주려고 합니다.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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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이나 다른 선수들 모두 좋은 선수들이에요. 미안해요. 그리고 다른 곳에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변화. 황 감독이 그리는 리빌딩은 무엇일까. '적극성과 진취성, 박진감'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축구라는 것이 완벽하고 상대를 완전히 장악하면 좋지만 쉽지 안하요. 11명이 하는 운동이잖아요. 축구다운 박짐감이 있어야 해요. 적극적이고 진취성도 있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첫번째도 팀이고, 두번째도 팀이고, 세번째도 팀이어야 합니다. 개인에 의존하는 축구는 하고 싶지 않아요. 팀으로 움직이고 같이 협력해서 만드는 플레이를 선호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훈련 참여도나 적극성 들이 기폭제가 될 것이에요."
이러한 변화는 이미 황 감독 개인이 검증한 바 있다. 포항을 이끌던 2012년이었다. 팀내 주축이던 김형일과 김재성은 입대했다. 외국인 선수도 신통치 않았다. 황 감독은 이명주와 신진호, 김원일, 김광석 등 신예들을 기용했다. 부진했던 최전방 공격수 대신 제로톱을 가동했다. 그 해 FA컵에서 우승했다. 2013년에도 경쟁을 통해 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을 이끌어냈다. 그 때의 경험이 이번 시즌 리빌딩을 끌고 나갈 큰 힘이 되고 있다.
"우리 팀도 시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변화를 주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과감해야 한다고 봐요. 물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제가 책임을 져야 하지요. 후회는 없습니다. 두러움도 없고요. 최선을 다해 나아갈 것입니다. 제 소신입이다. 이거 저거 다 따지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제 일을 해야할 뿐입니다."
황 감독은 2018년 시즌 서울을 '도전자'라고 정의했다. 출사표였다.
"물론 FC서울은 리그를 선도해야 하는 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에요. 전북이나 수원, 울산, 제주 등이 상당히 좋아졌어요. 우리는 큰 영입이 없습니다. 이제 도전자의 입장인 것이죠. 두려울 것은 없습니다. 포기할 것도 없어요. 도전자로서 확실하게 나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