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4강에도 비난' 김봉길호, 내용과 결과 사이의 줄타기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1-21 20:29



또 한번의 승리, 하지만 이번에도 또 한번 따라 온 것은 비판의 목소리다.

김봉길호가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0일 중국 장쑤 쿤샨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말레이시아와의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2대1로 이겼다. 김봉길호는 전반 12초만에 첫 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다. 조재완(서울이랜드)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벼락같은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 골은 한국 대표팀 사상 최단시간 골로 기록됐다. 종전 최단기간 골은 오만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남태희가 기록한 15초였다. 하지만 이후 결정력 난조와 수비 위주의 경기로 위기를 자초했다. 후반 21분 타나발란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이변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던 후반 39분 한승규(울산)가 해결사로 나섰다. 이근호(포항)과의 2대1 패스로 뛰어든 한승규는 최종 수비수와 골키퍼 까지 제친 후 오른발로 결승골을 뽑았다.

경기 후 여론은 또 다시 김봉길호를 외면했다. 4강 진출에도 불구하고, 축하 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다. 이날까지 4번째 경기를 치렀지만, 여전히 김봉길호만의 특색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 호주와의 3차전 전반, 강력한 압박으로 재미를 봤지만, 말레이시아전에서는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펼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공격에서는 여전히 단조로운 모습이었고, 수비에서도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봉길호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만큼, 팬들의 불안은 분명 일리가 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손흥민(토트넘)의 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안한 내용과 달리, 김봉길호는 꾸준히 결과를 얻고 있다. 이번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이변이 많다. 일본, 호주, 사우디, 이라크 등 기존의 강호들은 일찌감치 짐을 쌌다. 그간 변방으로 취급됐던 베트남, 말레이시아, 팔레스타인 등이 그 자리를 채웠다. 전통의 강호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상황에서 원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인정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언제나 우승후보로 나서는 아시아 대회에서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김봉길호는 정상 전력이 아니다. 김 감독이 팀의 중심으로 여겼던 이광혁(포항)과 황인범(아산)이 부상과 군입대로 제외됐다. 최종 엔트리서 빠진 한찬희(전남)는 1차 테스트 당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전형적인 측면 자원과 중원에서 볼을 배급해줄 플레이메이커의 부재로 김 감독의 당초 구상이 어긋날 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왼쪽 윙백으로 생각했던 서영재(함부르크)도 대회 직전 부상으로 빠졌다. 주축 카드를 모두 잃은 김 감독은 결국 실리 축구로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었다. 옵션이 많지 않아 경기 중 변화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변화에 인색한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1, 2차전에서 기술이 좋은 윤승원(서울)을 공격의 축으로 삼았지만, 부진이 이어지자 한승규를 위로 올리고 장윤호(전북)의 기동력을 극대화한 전술로 변화를 꾀했다. 이는 바로 결과로 이어졌다. 한승규는 2골-2도움으로 이번 대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내용과 결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김봉길호, 확실한 사실은 김봉길호가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선수들도 열심히 뛰고 있다. 비판은 모든 결과가 나온 후 해도 늦지 않다. 김봉길호는 23일 우즈베키스탄과 4강전을 치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