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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호의 색깔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1-18 20:48



분명 위기였다.

우승을 목표로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나선 김봉길호는 2차전까지 1승1무로 D조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경기 내용 때문이었다. 짧은 준비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경기력이었다. 공격은 단조로운 중앙 공격을 반복했고, 수비는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도 색깔이 보이지 않았다. 김봉길호만의 특색이 눈에 띄지 않았다.

17일 열린 호주전은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도 잡아야 하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물론 김봉길호의 최종 종착역은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올림픽 출전권 등의 타이틀이 걸려 있지 않은 이번 대회는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될 경우, 입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팬들의 불신을 잠재울 반전의 경기력이 필요했다.

벼랑 끝 승부, 김 감독은 호주전에서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3대2로 승리하며 조 1위로 8강행에 성공했다. 내용 면에서도 이전 경기들과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압박이었다. 적극적인 전방압박으로 호주를 괴롭혔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게겐프레싱'을 연상케했다. 더 다듬어야 할 여지가 있지만, 호주의 빌드업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곧바로 공격에 나서는 모습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사실 '봉길매직'의 핵심 역시 압박이었다. 김 감독은 2012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인천의 19경기 무패행진을 이끌며 '봉길매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인천 축구의 핵심은 공격적인 수비였다. 한교원 남준재 등 좌우 윙어들의 적극적인 전방압박을 바탕으로 하이템포의 공격을 펼쳤다. 김 감독은 U-23 대표팀 감독 부임 후에도 압박을 강조했다. 제주 전지훈련에서도 이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정작 본 대회에서는 너무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했다. 압박이 없는 김봉길호는 평범했다. 가뜩이나 황인범(아산)의 이탈로 중원의 힘을 잃은 상황이었다.

호주전에서야 그 색깔을 찾았다. 김 감독은 이날 윤승원(서울)을 측면으로 보내고, 더블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하나였던 한승규(울산)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렸다. 한승규의 자리에는 장윤호(전북)가 들어갔다. 기동력이 좋은 이근호(포항)-한승규(울산)-장윤호(전북)를 척추라인에 두자, 압박의 강도와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물론 압박 시 간격과 타이밍이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볼을 뺏겠다는 의지와 곧바로 공격으로 나서는 마인드는 2012년 인천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물론 여전히 개선할 점도 많다. 윙플레이가 없는 측면 공격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은 호주전서 단 3개의 크로스 밖에 하지 못했다. 측면 수비는 가장 시급한 문제다. 후반전 갑자기 무너진 것은 호주의 측면을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태정(포항)-박재우(대전)는 상대와의 1대1에서 계속 밀렸다. 무려 27개의 크로스를 허용했다. 이때 공격진이 같이 수비를 해줘야 하는데, 전방 압박과 달리 협력 수비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무한 전방 압박에 따른 체력 저하도 고쳐야할 부분이다.

호주전 승리로 만족하기는 이르다. 전반전과 비교해 180도 달랐던 후반전 경기력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제 단 3경기만을 치렀을 뿐이다. 김봉길호만의 색깔이 드러났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김봉길호는 20일 오후 5시 중국 장쑤 쿤산스포츠센터에서 말레이시아와 8강전을 치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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