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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위기였다.
벼랑 끝 승부, 김 감독은 호주전에서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3대2로 승리하며 조 1위로 8강행에 성공했다. 내용 면에서도 이전 경기들과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압박이었다. 적극적인 전방압박으로 호주를 괴롭혔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게겐프레싱'을 연상케했다. 더 다듬어야 할 여지가 있지만, 호주의 빌드업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곧바로 공격에 나서는 모습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사실 '봉길매직'의 핵심 역시 압박이었다. 김 감독은 2012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인천의 19경기 무패행진을 이끌며 '봉길매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인천 축구의 핵심은 공격적인 수비였다. 한교원 남준재 등 좌우 윙어들의 적극적인 전방압박을 바탕으로 하이템포의 공격을 펼쳤다. 김 감독은 U-23 대표팀 감독 부임 후에도 압박을 강조했다. 제주 전지훈련에서도 이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정작 본 대회에서는 너무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했다. 압박이 없는 김봉길호는 평범했다. 가뜩이나 황인범(아산)의 이탈로 중원의 힘을 잃은 상황이었다.
물론 여전히 개선할 점도 많다. 윙플레이가 없는 측면 공격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은 호주전서 단 3개의 크로스 밖에 하지 못했다. 측면 수비는 가장 시급한 문제다. 후반전 갑자기 무너진 것은 호주의 측면을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태정(포항)-박재우(대전)는 상대와의 1대1에서 계속 밀렸다. 무려 27개의 크로스를 허용했다. 이때 공격진이 같이 수비를 해줘야 하는데, 전방 압박과 달리 협력 수비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무한 전방 압박에 따른 체력 저하도 고쳐야할 부분이다.
호주전 승리로 만족하기는 이르다. 전반전과 비교해 180도 달랐던 후반전 경기력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제 단 3경기만을 치렀을 뿐이다. 김봉길호만의 색깔이 드러났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김봉길호는 20일 오후 5시 중국 장쑤 쿤산스포츠센터에서 말레이시아와 8강전을 치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