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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결산]②두 차례 위기 넘긴 신태용 리더십 '합격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12-17 03:09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축구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신태용 감독이 미소짓고 있다.
도쿄(일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2.16/

"대표팀 감독 자리가 힘들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 6일 김해국제공항. 일본 도쿄 출국 직전 스포츠조선과 만난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의 한탄이었다. 7월 A대표팀 사령탑 취임 뒤 가시밭길을 걷다 11월 A매치 2연전에서 반전 실마리를 잡은 그였지만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다. "동아시안컵에서 실패하게 된다면 나는 또 질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견뎌야 한다. 그게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대표팀 감독의 숙명 아닌가." 도쿄 입성 뒤 신 감독의 얼굴은 또다른 모습이었다. 긴장과 고민을 뒤로 감췄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아직 완전체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모인 선수들의 정신력, 자신감이 있다.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동아시안컵,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었다. 중국전에서 2-1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무승부에 그쳤고, '한 수 아래'로 내다봤던 북한에겐 상대 자책골로 쑥스런 승리를 거뒀다. 신 감독의 팀 운영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북한전 뒤 신 감독은 잔뜩 굳은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이겼지만 웃을 수 없었다.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은 '휴식'이었다. 한-일전을 앞두고 가진 두 경기로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자는 것이었다. 코칭스태프와 밤 늦게까지 토론하며 내놓은 해답이다. '숙적' 일본과의 정면승부를 앞두고 내놓은 '휴식'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옳았다. 신태용호는 일본전에서 경기 초반 선제골을 내주고 전방 압박을 쉴새없이 전개하면서도 90분 동안 체력의 우위를 보여주면서 4대1 대승을 만들어냈다.

선수 활용법 역시 빛났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후반 조커'에 그쳤던 김신욱(전북 현대)의 활용법을 완벽하게 찾았다. 2선 연계와 과감한 전방 침투로 무장한 김신욱은 대회 3경기서 3골을 뽑아내면서 득점왕에 올랐다. 3년 10개월여 간 계속된 대표팀 무득점 부진도 끊었다. 김신욱은 "신태용 감독님이 나를 살렸다"고 공을 돌릴 정도였다. 미완의 대기에 그쳤던 조현우(대구FC)나 가능성을 보여준 정승현(사간도스), 윤영선(상주) 역시 신 감독이 얻은 수확이다.

11월 A매치 2연전에 이어 동아시아컵에서도 반전스토리를 쓴 신 감독의 리더십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최종예선 및 10월 A매치 부진으로 겉잡을 수 없이 흔들렸지만 이를 극복하고 돌파구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올림픽대표팀,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며 쌓은 지도력은 A대표팀에서도 점점 성장해가고 있다. 선수들을 하나로 끌어 모으고 성과를 냈던 성남 시절의 모습도 살아나고 있다.

동아시안컵의 성공에도 신 감독은 미소를 지웠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3경기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도전에 나설 그에게 태극호의 키를 맡기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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