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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마법'이 통했다.
부산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에서 1, 2차전 합계 1승1무로 거머쥔 FA 우승컵이다.
이로써 울산은 무관의 한을 말끔하게 떨쳐내며 새 역사를 썼다. 울산이 FA컵 정상에 오른 것은 창단(198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K리그 우승 2회, 컵대회 7회, ACL 우승 1회에 빛나는 전통의 명문이지만 유독 FA컵에서는 악연의 연속이었다. 울산은 작년까지 10차례 4강에 올랐다가 9차례 실패했고, 1998년 안양 LG(현 FC서울)와의 결승전 패배 이후 19년 만에 결승에 진출한 끝에 정상에 올랐다. 울산으로서는 값진 결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대 목표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직행권을 따냈으니 더욱 그렇다.
해외에서 동계 전지훈련 중이던 울산은 훈련을 급히 중단하고 ACL 준비에 들어갔다. 시즌 개막까지 경기용 컨디션을 맞추려던 스케줄은 백지화됐고 급하게 선수들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했다. 이종호와 오르샤가 새로 이적해오는 등 스쿼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발을 맞춰볼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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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는 현실이 됐다. 시즌 초반 '죽도 밥도 안되는' 현실을 맞았다. ACL PO를 가뿐하게 통과하는 듯 했지만 본선 조별리그에서는 일찌감치 탈락 모드였다. 그 여파로 K리그 클래식 리그에서도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서포터스의 민심은 다시 싸늘해졌다. 시간적으로 시즌 개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데 따른 예견된 결과였지만 팬들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ACL 조별예선의 부담을 내려놓은 뒤 리그 일정을 소화하며 조직력을 끌어올리자 달라졌다. 리그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무패행진을 달리며 무섭게 상승했다. 이후 "웬만해서 실점하지 않는 '짠물수비'를 바탕으로 김도훈식 공격추구가 가미돼 보는 재미가 높아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시즌 막판 또 위기가 닥쳤다. 스플릿라운드로 접어든 뒤 4연패로 3위 탈환의 기회를 날렸다. 강원과의 최종전에서 2대1로 승리했지만 분위기 반전에 만족해야 했다. ACL로 가는 2번의 찬스 가운데 1번의 기회를 날린 울산은 암담했다. 벼랑 끝에 선 부산의 기세로 볼 때 FA컵 우승도 장담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FA컵의 마법사' 김도훈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와 코치 시절 모두 FA컵 우승을 경험했다. 2000년 일본 생활을 마치고 전북으로 복귀한 첫 해 FA컵 우승의 주역이었다. 2011년 성남 코치 시절에도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 시절 우승 제물로 삼았던 성남에서 지도자로 우승을 일군 인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김 감독은 당시 신태용 감독을 보좌하며 우승을 이끈 공로로 신 감독과 함께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김 감독의 FA컵 마법은 사령탑으로 데뷔한 2015년 인천에서 예고편을 보여줬다. 당시 강등권으로 평가받았던 인천을 창단 처음으로 FA컵 결승에 진출시켰다. 비록 FC서울과의 결승전에서 1대3으로 패했지만 축구팬들은 인천의 돌풍에 큰 박수를 보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울산의 사령탑으로서 FA컵 우승 시리즈를 완성해 낸 것이다. 현직 지도자 가운데 선수-코치-감독으로 'FA컵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이는 김 감독이 처음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과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선수-감독으로서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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