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든든한 모기업(SK에너지)을 두고서도 매 시즌 '섬 팀'이란 핸디캡에 사로잡혀 왔었다. 원정경기 때마다 독이 되는 비행에다 유독 여름에 약한 면모를 보이면서 빅클럽이라 평가받는 전북, 서울, 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조성환 감독이 부임한 뒤 제주는 서서히 약점을 줄여나갔다. 그러자 지난 시즌부터 명문 팀의 조건들이 갖춰지고 있다.
스포츠조선이 2012년부터 국내 언론 사상 최초로 공개한 K리그 구단의 운영 평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사상 최초로 2위에 올랐다. 그 동안 가장 높은 순위는 4위(2012년, 2014년, 2016년)였다. 역시 순위표 상위권은 고득점의 비결이었다. 목표 성취도(9점), 선수단 운용 능력(9.5점), 외국인 활용능력(9점)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조 감독의 '스킨십 리더십'도 K리그 클래식 2위 달성에 큰 몫을 했다. 또 가장 돋보이는 건 재정·투자 파워(9점)다. 모기업의 두둑한 지원 아래 '섬 팀'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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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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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가에서 깜짝 반란을 일으킨 팀은 뭐니 뭐니 해도 '대구'다. 수원(6위), 포항(7위), 전남(10위) 등 기업구단들을 제치고 5위에 자리했다. 시즌 중반까지 다소 힘든 시간을 보낸 대구는 브라질 삼총사(세징야, 주니오, 에반드로)의 맹활약을 앞세워 클래식 잔류를 조기에 확정지었다. 외국인 활용능력에서 무려 10점 만점을 받았다. 무엇보다 16%의 관중 증가를 보였다. 대구스타디움에 입점 돼 있는 영화관에 '대구FC 브랜드관'을 운영 중이다. 경기장 좌석 일부를 테이블석으로 개조한 'CGV 좌석존'도 운영하고 있는 대구는 쾌적한 관람석을 찾는 가족, 연인 관중 유치에 힘썼다. 게다가 팬을 먼저 생각하는 마케팅 등 연고지 밀착도에서도 8점이란 높은 점수를 받았다.
1위의 얼굴이 바뀌었다. 주인공은 'K리그 1강' 전북이다. 지난 2년간 사이 좋게 1, 2위를 나누던 서울이 4위, 수원이 6위로 밀려나면서 전북이 손쉽게 1위를 탈환한 모습이다. 전북은 외국인 활용능력(7점)과 유소년시스템(6점)만 빼면 8개의 항목에서 9~10점을 받았다.
'포스코 형제'는 동반 몰락했다. 그나마 2위→2위→5위→4위로 명맥을 유지하던 포항은 지난 시즌(9위)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도 그룹 A에 살아남지 못하고 7위로 마무리했다. 전남은 올 시즌 하마터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를 뻔했다. 시즌 최종전까지 강등권 싸움을 펼쳐야 했다. K리그 최초로 다득점 우선 순위결정 방식의 수혜자가 된 전남이었지만, 홍보·마케팅 역량(7점)과 관중 동원 능력(7점)을 제외하면 저조한 점수대다.
강원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은 듯하다. 클래식 승격 이후 도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스타들을 긁어모았지만 목표로 했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또 K리그 6위로 마무리하면서 '스타 파워'가 성적으로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평창동계올림픽 관계로 평창에서 춘천으로 홈 구장마저 이전하는 변수까지 극복해야 했기 때문에 연고지 밀착도에서 4점밖에 얻지 못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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