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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눈물겨운 승리 승부차기로 수원 4-2 눌렀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10-25 22:14


부산 이정협이 25일 수원과의 FA컵 준결승에서 후반 동점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엄숙했지만 치열했다.'

"감독님, 하늘에서 보셨죠?"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삼성은 2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묘한 분위기 속에서 만났다.

2017 KEB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에서 K리그 챌린지와 클래식의 자존심 대결 외에도 중대한 경기 외적 변수가 있었다.

지난 10일 비운의 생을 마감한 조진호 전 부산 감독의 추모식 때문이다. 그가 떠난 이후 첫 부산 홈경기라 추모식 행사 등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의미가 더해졌다.

예상했던 대로 경기 전 구덕벌의 분위기는 클래식팀을 연파하고 올라온 부산 준결승의 축제보다 숙연함이 더 컸다. 하지만 하늘의 고인도 선수들이 처진 분위기에서 경기에 임하기를 바라지 않았을 터.

승부의 세계가 그렇듯, 막상 휘슬이 울리자 양팀은 프로다운 플레이로 치열하게 충돌했다. 고 조진호 감독이 '잘했다. 수고했다'고 칭찬할 만한 한판승부였다.

부산은 1대1로 비긴 뒤 연장 120분 혈투 끝에 가진 승부차기에서 4-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25일 부산과 수원의 FA컵 준결승이 열린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경기 시작에 앞서 고 조진호 감독을 추모하는 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부산=최만식 기자
엄숙함으로 시작된 구덕운동장

구덕운동장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띈 곳은 고 조진호 감독의 추모 공간이었다. 미처 고인의 빈소를 찾지 못했던 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서 만난 서정원 수원 감독은 고인에 대한 이야기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 고인의 빈소에 먼저 달려와 가장 많이 울었던 이가 서 감독이었다. 서 감독은 "올림픽(1992년 바로셀로나)대표팀 시절부터 룸메이트로 아끼는 후배였다. 그의 아내와 우리 가족도 서로 잘 알고 지내는 관계였는데 제수씨 얼굴을 보니 비통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부산 쪽은 더 비장했다. 감독대행을 맡고 있는 이승엽 수석코치는 "눈 앞에 계시지 않지만 리그 2연승때도 그랬듯이 함께 뛰어주실거라 믿는다"면서 "선수들이 고인에 대한 생각때문에 너무 처지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코치는 고인이 생전에 수원과의 준결승 대비를 꼼꼼하게 하다가 가셨다며 승리로 답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킥오프 직전에는 전광판에 고인이 부산을 이끌던 시절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들을 편집한 추모 영상이 소개됐고, 양팀 선수와 관중은 일제히 묵념으로 경기 시작을 맞았다.


25일 부산-수원의 FA컵 준결승전 킥오프에 앞서 고 조진호 감독에 대한 묵념을 올리고 있는 양팀 선수들. 부산=최만식 기자


승부열정으로 변신한 그라운드

휘슬이 울리자 숙연함은 잠깐 묻혔다. 뜨거운 진검승부가 경기 초반부터 그라운드를 달궜다. 선장을 잃었다고 배가 마냥 표류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키를 잡은 부선장 이승엽 코치와 영전에 바칠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선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유리한 경기지만 고인이 늘 강조하던 전방압박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이 코치의 예고대로 부산은 밀리지 않았다. 부산의 박빙 우세였다. 오히려 운이 없었다. 측면 베테랑 임상협이 전반 13분 만에 부상으로 실려나가며 이동준이 대체됐다. 30분에는 희귀한 불운까지 뒤따랐다. 김문환이 오른쪽 라인을 따라 그림같이 돌파하는데 부심이 미처 피하지 못하는 바람에 김문환을 가로막아 수비를 해 준 꼴이 됐다. 후반에는 불운이 돌고 돌았다. 수원에 먼저 덮쳤다. 후반 10분 염기훈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았다. 불과 1분 뒤 미드필더 최성근이 공을 걷어내려다가 차영환의 얼굴을 차는 바람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에 몰린 수원에 먹구름이 끼는가 싶더니 부산에 다시 악재다. 17분 수비수 임유환이 박기동의 돌파를 슬라이딩으로 저지하던 중 팔에 공이 맞는 바람에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 염기훈이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전세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하지만 이는 부산을 자극했고 부산의 공세가 한층 거세졌다. 역시 해결사 이정협이 번뜩였다. 31분 정석화의 침투패스에 절묘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14일 수원FC와의 경기때 조 감독 사망 이후 가진 첫 경기에서 첫 골을 안겨드린 뒤 고인의 사진 현수막에 안겨 눈물을 흘렸던 바로 그 이정협이다.

치열했던 연장 해결사는 역시…

수적 열세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클래식 명가 수원의 투지에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연장 전반에 불꽃만 튀다가 후반으로 접어든 승부는 6분 한바탕 요동쳤다. 기습공격에 가담한 조나탄이 상대 수비 차영학이 헤딩으로 떨군 공을 강력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주심의 득점 인정 휘슬이 울렸지만 VAR(비디오판독시스템)이 적용됐다. 조 감독이 하늘에서 도왔을까. 판독 결과 차영학이 걷어내 넘어지는 과정에서 수원 김건희의 반칙이 먼저 있었기에 골은 무효가 됐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 여기서도 요동쳤다. 2-2 상황에서 3번째 키커로 나선 이정협이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으려다 강하게 차지 못해 막히고 말았다. 수원의 기쁨도 잠시. 이어 나선 조성진이 왼쪽 골기둥 맞히며 다시 균형이 이뤄졌고, 부산 4번째 차영환의 성공 이후 수원 김은선마저 같은 왼쪽 골기둥을 맞히며 분루를 삼켰다.

부산은 2010년 준우승 이후 7년 만에 다시 정상 도전에 나서 11월 29일과 12월 3일 울산을 상대로 결승 1,2차전을 갖는다. 수원은 FA컵 2연패 도전을 위해 11월 25일과, 12월 2일 울산과의 결승 1,2차전을 치른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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