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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러브콜 있었지만 선수들이 눈에 밟혀서…."
서 감독은 최근 구단과의 협상 끝에 '2년+1년'의 조건으로 연장 계약에 합의했다. 지난 2013년 수원 출신 레전드로 수원 지휘봉을 잡아 최소 7년째 수원을 이끌게 된 것이다.
2년 뒤 1년 옵션이 붙은 것은 구단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 계약 연장으로 신임을 받는 감독 입장에서 그리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서 감독은 선수들과의 의리 때문에 수원을 선택했다. "최근 몇년 새 연봉이 삭감되는 고통을 분담하며 수원을 위해 남아준 제자들을 두고 좋은 팀 찾아 떠나는 게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해외리그의 러브콜이 쇄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 감독 측은 최근 한국 출신 감독과 선수들에게 대해 홀대하는 경향을 보인 중국보다 일본 J리그에 호의적인 상태였다.
스포츠인텔리전스 김동욱 대표는 "일본은 한국 매체의 K리그 관련 보도를 꾸준히 모니터링한다. 서 감독의 재계약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정보가 나오자 2년 전 오퍼를 냈던 팀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우리쪽 의사를 타진했다"고 전했다. 엄밀히 말하면 J리그 구단들은 '서 감독 재계약 무산'이란 보도가 나오길 바랐단다. 그러면 떳떳하게 공식 협상에 나설 요량이었다.
때마침 수원 구단의 이상한 행보를 지적하는 보도<스포츠조선 9월 13일>가 나오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수원 구단은 곧바로 서 감독과의 협상 테이블을 펼쳤다. 2017년 시즌 종료 후 협상하겠다는 입장에서 조기 매듭쪽으로 선회한 것 . 모기업인 제일기획에서도 서 감독 재계약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재계약 협상 테이블이 열리자 J리그 구단들도 일시정지 상태로 들어갔다. 남의 구단 소속 감독을 가로채기하지는 않겠다는 '상도의'를 지키기 위함이었지만 안테나는 계속 펼쳐놓고 있었다.
구단 측에 따르면 서 감독측과의 협상을 시작했을 때 연봉 등 처우 문제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서 감독이 딱히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호 소통,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돈보다 소중한 가치였다.
세부적인 계약조건은 일찌감치 얘기가 됐는데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결국 협상을 시작한 지 1개월이 훌쩍 지난 10월 18일 오전 양측은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공식 발표가 나왔다. 이렇게 긴 협상기간을 보냈다는 건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사이 J리그에서 수원과 약속한 대우보다 훨씬 파격적인 조건들이 들어왔지만 서 감독을 흔들지는 못했다. 서 감독은 "연봉 얼마 받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함께 고통분담을 해 온 선수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