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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경기만에 터진 득점포. 하지만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다.
월드컵 진출 후 첫발을 뗀 러시아전. 절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수비는 차치하고, 공격만 떼어놓고 본다면 긍정적인 요소가 있었다. 두 골을 터뜨린데다, 내용적으로도 좋은 장면이 많았다. 일단 신 감독 특유의 '돌려치기'가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A대표팀에 어느 정도 이식된 모습이었다. 빠른 템포의 패스 플레이가 여러차례 나왔다. 스리톱이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이는 '무한 스위칭'도 호평을 받을만 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 대신 돌파와 마무리가 좋은 황희찬(잘츠부르크)이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더 위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크게 남은 이유는 역시 '손샤인' 손흥민(토트넘)의 침묵이었다. 손흥민은 러시아전에서도 골을 넣지 못했다. 대표팀에서 벌써 8게임 째 골이 없다. '주포'의 기록으로는 암담한 수준이다. A대표팀이 계속해서 골 가뭄에 시달렸던 이유기도 하다. 신 감독도 '손흥민 살리기'에 나섰다. 신 감독은 "토트넘에서 하듯 1골 넣으면 영웅이 될텐데 아쉽다. 소속팀 경기력과 대표팀 경기력은 구성원이 달라 차이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대표팀서 손흥민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신태용식 축구에 맞출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속도를 붙여서 하는 플레이 보다는 볼을 잡고 하는 플레이가 더 많았다. 세밀함 보다는 스피드에 능한 손흥민은 공간이 있을 때 더 위력을 발휘하는 타입이다. 러시아전에서는 전반 32분 권창훈의 스루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을 때렸던 장면이 유일하게 '손흥민 다운' 플레이였다. 손흥민을 더 많이 활용한 것은 좋았지만, 아직 100%를 끌어내지 못했다. 손흥민 입장에서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다 보니 당연히 골로 연결되는 확률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손흥민이 터져야 산다. 그래야 결정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답답한 공격력도 해소할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신태용호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손흥민이다. 신 감독이 손흥민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11월과 내년 3월 A매치 뿐이다. 이번 모로코전에서 어느 정도 활용에 대한 힌트를 찾아야 한다. 모로코전의 숨겨진 포인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